현대차 주총 외국투자자 발언서 주주권익보호위원회 정식 요청.. 김충호 사장 "적극적으로 검토"
국민연금 반대 목소리에도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재선임.. 감시능력·실적평가 등 입김 거세
이번 주주총회는 굵직한 대기업들의 안건이 대부분 원안대로 통과됐지만 주요주주와 소액주주들의 주주권익을 위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의사가 있어도 표결에서 밀렸지만 향후 주주들의 공감대가 커질 경우 주주총회를 통한 여러 가지 기업지배구조 이슈도 더욱 활발히 개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등 일부 업체들도 주주 목소리를 의식해 권익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조치를 적극 검토키로 했다.
■주주권익 화두 된 현대차
현대차 주총도 원안대로 통과됐으나 이례적인 발언이 나와 주목받았다.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모두 통과됐지만 외국계 투자자 측에서 특별발언이 나왔다. 주주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전담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네덜란드 공무원연금 자산운용회사인 APG의 박유경 아시아지배구조 담당 이사는 "지난 6개월간 현대차 경영진과 이사회가 시장과 주주의 의견을 경청해 배당증가와 자사주 매입 등 신속한 조처를 해준 점에 대해 감사하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현대차 거버넌스 구조(기업지배구조)를 글로벌 스탠더드(국제표준) 수준으로 개선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주주들의 주된 고민을 최대한 해결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할 수 있도록 이사회 내부에 '거버넌스 위원회(가칭 주주권익보호위원회)'를 정식으로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외국인 주주 입장에서 주주 권익을 위해 회사를 면밀히 살피고 보고받을 만한 전담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동적으로 회사 측의 보고를 받기보다 적극적으로 회사를 살피겠다는 얘기다.
현대차도 이에 동조해 위원회를 구성할 뜻을 내비쳤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도 현재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경영환경과 이사회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눈총 받은 '사외이사'
곳곳에서 이목이 집중된 이슈는 사외이사 재선임이었다. 대부분 원안대로 가결됐지만 주총 과정에서 표결로 진행되거나 소액주주들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곳은 현대 모비스 주총이었다. 현대자동차가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부지를 인수하는 데 컨소시엄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한전부지 매입에 참여하면서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인 바 있다. 국민연금이 현대모비스와 기아자동차의 사외이사 재선임을 일찌감치 반대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9월 현대차 컨소시엄(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이 한전부지 매입의사 결정과정에서 투자여력이나 매입가격, 투자효과 등의 논의를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에게 전권을 위임했다며 사외이사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한전부지는 감정가의 3배에 달하는 10조5500억원에 현대차컨소시엄에 낙찰된 바 있다.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와 기아자동차의 지분을 각각 8.02%, 7.04% 보유한 주요 주주다.
이날 서울 역삼동 현대해상빌딩 대강당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주총은 이우일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원안대로 통과됐지만 사전 반대의견을 내보인 표는 전체 주식의 17.4%에 달했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 외에도 동조표가 9%가량 나온 셈이다. 국민연금은 기아차에도 사외이사 선임 반대의견을 제시한 상태로 오는 20일 주총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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