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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art와 함께 하는 그림산책] 그림과 함께 하는 시

[fnart와 함께 하는 그림산책] 그림과 함께 하는 시
황주리 '구상의 꽃자리'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구상 시인(1919~2004)의 유명한 시 '꽃자리' 중 일부다. 시인은 말한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혀 있고, 쇠사슬에 매여 있고, 동아줄에 묶여 있다고.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서야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볼 수 있다고. 그러니 시인은 늘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가슴을 울리는 시를 그림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17일부터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열리는 '오늘 생각나는 시'다.
영인문학관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시인이 직접 고른 애송시 24편을 비롯해 문인이 고른 오늘 읽고 싶은 시, 화가와 음악가들이 고른 시, 외국문학 전공자들이 고른 해외의 명시 등 모두 80여편의 작품이 그림과 함께 소개된다. 화가 서세옥은 박목월의 '목단여정'을 선택했고, 이승택은 정지용의 '고향'을, 방혜자는 김남조의 '심장이 아프다'를, 김구림은 조정권의 '떠도는 몸들, 몸 둘 데를 모르고'를 골라 그림을 그렸다.

글을 쓰면서 그림도 그리는 시인 겸 소설가 윤후명의 '용담꽃', 시인 겸 화가 김영태의 '야상곡', 시인 김지하의 '이 목마름 먼 저쪽의 빛', 시인 겸 소설가 이제하의 '출산(出山)', 소리꾼 장사익이 손글씨로 쓴 '찔레꽃',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의 '낙조' 등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도 반갑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02)379-3182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