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음원 전쟁은 이미 예고 됐었다. 하지만 누가 예상이라도 했을까. 수많은 아이돌 그룹의 컴백으로 인해 어떤 아이돌이 4월 가요계의 승자가 될지 관심이 쏠린 가운데 그 주인공은 JYP, 박진영으로 판명 났다.1994년 데뷔 이후 20년 동안 매번 전성기를 경신하던 박진영이 이번엔 팀킬을 통해 JYP의 수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현역 가수로서도 건재함을 알렸다. 지난 3월 30일 발매한 JYP 소속 미쓰에이의 ‘다른 남자 말고 너’는 발매 이후 2주 연속 각종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수지가 말한 것처럼 “나쁜 싸장님” 박진영의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는 발매되자마자 1위 자리를 차지해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그렇지 않아도 오늘 밤에 페이, 지아에게 밥을 사주기로 했어요. 원래 이번에 제 앨범을 내기로 한 것은 아니었어요. ‘K팝스타’ 결승전 쯤 되면 참가자가 2명밖에 없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을 심사위원이 채워야 하거든요. 시청률 잘 나올 것을 찾다가 저한테 재밌는 시간을 만들어 달라는 제의가 왔고, 저도 미쓰에이와 2주 간격이니까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앨범을 내게 됐어요. 지난 몇 년간 음원 시장에서 아무리 히트를 쳐도 2주를 못 넘겼었거든요. 저 아니었으면 미쓰에이가 4주째 1위할 수도 있었는데 놀라운 기록을 제가 깨게 돼서 미안하긴 해요. 미쓰에이 입장에서는 좋을 게 없거든요.”
JYP 소속 가수들의 노래는 JYP표 노래라고 불리우지만, 박진영의 노래는 JYP표 노래가 아닌 박진영만이 할 수 있는 곡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타이틀곡 ‘어머님이 누구니’는 허리 24인치, 힙 34인치인 여자에 대한 찬양을 담은 경쾌한 노래로, 제목만 봐서는 전혀 내용을 예상할 수가 없다. 예쁜 여자에게 1차원적으로 ‘너 예쁘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엉뚱하게도 그녀를 낳은 어머님에게 감사함을 표현해 웃음을 자아낸다.“몸매 같은 경우엔 물려받는 게 크기 때문에 낳아주신 어머님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 노래가 사랑받는 이유는 머리로 쓰지 않아서 자연스럽기 때문일 거예요. 저는 노래를 만들 때 어떤 곡이 히트할까 생각하면서 곡을 만들지 않아요. 그러면 예술이 아니라 일이죠. 그렇게 되면 이 직업이 주는 좋은 점이 없어지는 거예요. 물론 후반 작업에는 머리를 많이 쓰긴 해요. 곡 작업을 할 때는 처음엔 가슴으로 시작하고 머리로 끝내야 해요.”이번 곡의 피쳐링은 최근 Mnet ‘언프리티랩스타’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여성 래퍼 제시가 맡았다. 같이 작업을 하게된 것은 팀킬의 대상자, 미쓰에이 수지의 추천 때문이었다. 박진영의 이번 곡이 미쓰에이의 1위 기록에 제동을 걸지 생각하지 못하고 추천을 했을 수지 덕분에 이 일은 더욱 흥미롭다.“수지가 제 노래를 듣고는 제시랑 불러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제안을 듣고도 제시가 누군지 몰랐어요. 나중에 보고 흑인인 줄 알고 깜짝 놀랐죠. 외모가 흑인 같다는 게 아니라 실력이 진짜였어요. 남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실력을 갖고 있더라고요. 이번 앨범의 콘셉트가 ‘진짜 딴따라’였기 때문에 어설프지 않고 진짜였던 제시와 같이 하게 된거예요. 수지에게는 수익의 2%를 줘야할 것 같아요.(웃음)”
예전에는 대한민국 3대 기획사로 JYP를 꼽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JYP는 주춤하며 밀려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 1등이냐 2등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위기감이 들지 않았던 이유는 박진영 만큼 20년 간 롱런한 가수가 흔하지 않는 것처럼 JYP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멀리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20년 전에도 그랬어요. 제가 활동했을 당시의 댄스가수 중에서 지금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중요한 것은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경쟁자가 없다는 거예요.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지금 탑1이다’ 이런 것은 필요 없어요. 그동안 옆에 있던 사람들이 없어지는 걸 많이 봤기 때문에 현재 JYP의 순위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아요.”“애플에서 스티브잡스가 죽고 난 다음에 주가가 반토막난 것을 보고 많이 놀랐어요. 그때 ‘내가 죽더라도 JYP가 잘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로 했고, 지난 3년 동안 박진영 없이 돌아가는 회사를 만들려고 별의별 짓을 다 해봤어요. 대량 생산을 하려면 감에 의지 하지 않고 시스템적으로 해야 하는데,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대량 생산 시스템으로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어요. 결국 레이블을 만들 게 됐고, 지난 3년 간 말 그대로 개판이었죠. 하지만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제는 어느 정도 노하우가 쌓였어요. 그래서 이번 해에는 많은 가수들이 나올 예정이에요. 이제 4월인데 지소울, 피프틴앤드, 미쓰에이, 저, 그리고 새로 데뷔하는 식스틴까지 벌써 5팀이나 나왔어요.”현재 박진영을 둘러싸고 있는 일들은 많다. ‘K팝스타’와 본인 앨범부터 시작해서 미쓰에이 등 소속 가수들의 앨범, 새로 출격하는 걸그룹 식스틴까지. 하고 있는 일도 많지만, 잘되고 있기 때문에 더 신경이 쓰일 법하다.
하지만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올바른 삶’이다. 많은 일들 속에서 박진영의 시작과 끝은 ‘오늘 나는 바르게 살았는가’로 귀결된다. 정직하게 성공한 그의 모습에서 오늘도 우리는 위안을 얻는다.“매일 자기 전에 ‘오늘 내가 낭비한 시간이 없었나’, ‘오늘 반칙한 것은 없었나’ 생각해요. 살아가는 데 날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낭비하기 싫거든요. 죽으면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저는 열심히 올바르게 살고 싶어요. 요새 젊은이들은 앞으로 잘될 거라는 희망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저처럼 반칙하지 않는 어른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해요. 그들에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고, 위안을 주고 싶어요.”/fn스타 fnstar@fnnews.com 이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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