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관객 울렸다 웃겼다.. 인생의 진한 맛

베테랑 연기자 최주봉·양금석 앞세운 악극 '봄날은 간다'

관객 울렸다 웃겼다.. 인생의 진한 맛
꿈 위해 가족 떠난 동탁役 "연기 경험 쌓여가니 감정 더 진하게 묻어나 관객들 어깨 들썩들썩 하실겁니다"


관객 울렸다 웃겼다.. 인생의 진한 맛
모진 풍파 견뎌내는 여인 명자役 "남편에 버림받고 자식 잃어버린 고통 나도 모르게 폭풍우 같은 감정 쏟아져"


"악극은 촌스러워야 제맛이지. 기본적으로 도회지 얘기가 아니라 촌 얘기거든. 감정 표현도 깊어.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의 희로애락이 담겨있으니까. 속에서 끌어오르는 그걸 터뜨려 보여주는 거지."(최주봉)

"기본적으로 어떻게 하면 촌스러워질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제가 좀 도시적인 이미지이기도 하잖아요(웃음). 또 과하다 싶을 만큼 감정표현에 기복을 많이 줘요. 억제하다가 분출하는 것. 그게 악극의 재미거든요."(양금석)

악극 '봄날은 간다'의 주인공 최주봉(동탁 역)과 양금석(명자 역)이 말하는 악극의 매력이다. '촌스럽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세련되지 못하다'는 의미보다는 '향수를 달랜다'는 의미에 가깝다. 악극의 사전적 의미는 노래와 춤이 가미된 연극 양식이다. 한국에서는 1930년대 신파극을 발전시킨 형태로 악극이 자리매김했다. 한마디로 한국 전통 뮤지컬인 셈이다.

지난 1일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첫 공연을 앞두고 만난 최주봉과 양금석은 앞다퉈 악극의 매력을 설파했다. 그야말로 악극에, '봄날은 간다'에 푹 빠져있었다. 얼굴과 목소리에 드러난 설렘과 긴장감이 이를 대변했다. 지난 30여년간 '악극 트로이카'로 불린 최주봉, 25년 경력의 베테랑 연기자인 양금석에게서 신인의 마음가짐이 엿보였다.

"무대에 서면 살아있는 느낌이에요. 2002년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이후로 거의 13년만에 무대에 서니까 살짝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요. 명자의 신혼 첫날 밤 기분이 이랬겠죠."(양금석)

"세월이 흘렀다는 걸 나는 못느껴도 관객들은 느낄 수 있으니까 긴장이 되지. 젊었을 땐 힘이 더 짱짱했지만 지금은 연륜이 쌓여서 감정이 더 진하게 묻어나오는 건 사실이야."(최주봉)

악극 '봄날은 간다'는 첫날밤에 남편에게 버림받고 홀로 남겨져 갖은 고초를 다 겪는 명자와 가족을 버리고 꿈을 찾아 떠난 동탁의 기구한 인생을 그린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5·16 군사정변, 월남전, 새마을운동을 거치기까지 고된 풍파를 견뎌온 한국인의 인고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만리포 사랑' '여자의 일생' '청실홍실' 등 귀에 익은 옛 가요들의 재조명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03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초연과 같은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앙코르 공연까지 전회 전석 매진시킨 힘이 여기 있었다. 특히 중장년층 관객이 많이 몰린다. 어버이날 '효도 공연'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탁의 삶은 실제 내 삶과 많은 부분이 비슷하지. 연기를 하고 싶어서 부모님의 반대에도 상경한 것부터, 장사도 하고 망해도 보고 어려운 시절 겪었던 것도. 극중에 동탁이 '성공해서 고향에 돌아가겠다'고 하는데 완전히 내 얘기야."(최주봉)

"최주봉 선생님 덕분에 없던 감정도 저절로 생겨요. 자식을 잃은 고통, 첫날밤을 지내고 버림받은 아내, 모진 시집살이를 인내하는 전통적인 어머니상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죠. 그런데 하다보니 폭풍우 같은 감정이 몰아치더라고요."(양금석)

극중에서 부부로 나오는 최주봉과 양금석은 이런 감정을 주고 받으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최주봉은 '봄날은 간다' 초연부터 이번이 네번째로 역할에 완전히 녹았다. 양금석은 이번에 새롭게 합류했지만 과거 최주봉과 한 무대에 선 경험으로 빠르게 적응했다.
둘은 1983년 연극 '까치교의 우화'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고 양금석은 이 작품으로 신인상을 타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 이들은 '봄날은 간다'의 부제처럼 30여년 전, "내 생의 찬란했던 나의 봄날"을 추억하며 무대에 설 참이다.

"연기라는 게 만족이 없어서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완전히 명자가 되려고 노력했어요. 제 안에 숨은 감정들을 샅샅이 끌어모아 보여드리려고요."(양금석)

"악극 특유의 재미가, 장면 장면마다 '샤우팅'이 있다는 거거든. 감정이 폭발하는 부분. 음악이 어우러지면 더 극적이지. 울다, 웃다, 관객들 어깨가 들썩들썩 하실겁니다."(최주봉)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