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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 마지막 오페라 '일 트리티코' 무대 올리는 이소영 솔오페라단장

"3편의 옴니버스 오페라.. 스릴러·멜로·블랙코미디로 이어지죠"

푸치니 마지막 오페라 '일 트리티코' 무대 올리는 이소영 솔오페라단장


오페라 '일 트리티코'를 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말하자면 '리골레토' '아이다' '투란도트'를 한꺼번에 공연하는 것"과 같다. 단막 3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오페라인데 각각의 내용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푸치니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완성한 오페라로 음악적·극적 완성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세 편이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무대 세트와 의상도 전부 달라야 한다. 50명에 가까운 출연진에, 주·조역급 성악가 섭외도 작품마다 별개다. 기존 오페라에 비해 더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는 것이 당연하다. 쉽게 이 작품에 손을 델 수 없는 이유다. 국내에서 3부작 전체가 동시에 공연된 적은 딱 한 번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공연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

오는 15~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솔오페라단이 이 작품을 공연한다. 올해 6회를 맞은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을 통해서다.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소영 솔오페라단장(49·사진)은 "정말 하고 싶었지만 엄두를 못내던 작품"이라며 흥분된 목소리로 입을 뗐다.

푸치니 마지막 오페라 '일 트리티코' 무대 올리는 이소영 솔오페라단장
'일 트리티코' 두번째 단막 '수녀 안젤리카'


지난 2008년 도쿄를 여행하다가 우연히 산 DVD 한 장이 발단이었다. 이탈리아 모데나 시립극장이 공연한 '일 트리티코'(2007년)에 푹 빠졌다. 이 단장은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희귀한 작품을 국내 관객들에게 꼭 선보이고 싶은 의지도 더해졌다. 정부가 지원하는 페스티벌이 아니라면 수익을 내야하는 민간오페라단이 이런 작품을 선택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단장은 이탈리아 베로나 국립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성악을 동시에 전공하고 '오페라 전문 코치'로 활동했다. 오페라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정평이 난 그에게 '일 트리티코'는 "어렵지만 풀고 나면 그만큼 성취감도 큰 어려운 수학 문제"와도 같았다.

"스릴러, 멜로드라마, 블랙코미디를 한 무대에서 만나는 거에요. 첫번째 단막 '외투'가 남편이 아내의 정부를 죽이면서 살벌하게 끝나면 두번째 '수녀 안젤리카'는 천사같은 수녀들의 합창으로 시작해요. 그런데 끝은 또 자살이죠. 이어지는 '쟌니 스키키'는 등장부터 폭소를 터뜨려요. 연출가를 세 명을 둬야하나 진심으로 고민했다니까요(웃음). 놀라운 점은 이 세 단막이 다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흘러간다는 거예요. 정신없이 빠져들 수밖에 없어요."

이번 공연은 이탈리아 모데나 시립극장의 공연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무대, 의상, 소품은 물론이고 연출, 무대 디자이너, 재봉사까지 초청했다. 다만 주역은 해외 성악가와 함께 국내 성악가가 번갈아 맡는다. 국내 성악가는 페스티벌 최초로 시도된 공동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일 트리티코'를 비롯해 총 5개 작품에서 26개의 배역을 뽑는 오디션에 약 130명의 참가자가 몰렸고 '일 트리티코'에만 약 70명이 지원했다. 하루로 예정됐던 오디션은 덕분에 이틀로 늘어났다.

"모데나 극장 공연에서 주역을 맡았던 성악가들이 자연히 주역을 맡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정말 많은 참가자들이 왔고 다들 실력이 워낙 뛰어났어요. 조·단역으로 세우기 아까울 만큼요. 해외 극장의 공연을 들여오더라도 항상 한국인 성악가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해요. 한국 오페라단이 기획해서 한국에서 하는 공연인데, 안 그러면 의미가 없죠."

이 단장은 '한국적인 오페라'를 만드는 데도 몰두 중이다.
'춘향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페라 '춘향아 춘향아'로 2009년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현재는 신한균의 장편소설 '신의 그릇'을 원작으로 하는 창작오페라를 준비 중이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사기장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다. "오페라야말로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예술 장르죠. 2~3년 동안 철저히 준비해서 세계무대에 세우려고 해요. 우리 색깔이 묻어나되 너무 고집하지 않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