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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가라는데 교육비·집세 왜이러지"

"저물가라는데 교육비·집세 왜이러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2월 0.8%를 기록한 이후 지난 4월까지 0%대에 머물러 있다. 0%대의 저물가가 이어지면서 사실상의 디플레이션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저물가 속에서도 도시서민의 삶은 여전히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물가라면 소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야 정상이지만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이는 저물가 상황에도 유독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집세와 외식비, 교육비 등 서비스 관련 물가의 영향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서비스물가 상승이 도시서민의 체감물가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4%를 기록했다.

1%대를 유지하던 물가는 지난해 12월 0.8%를 기록하며 0%대에 진입한 이후 1월 0.8%, 2월 0.5%, 3월 0.4%로 나타나는 등 5개월 연속 0%대를 기록 중이다. 더구나 담뱃값 인상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률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지난 1월을 기준으로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한 바 있다.

소비자물가 성장률 하락의 원인은 원유 및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상품지수 하락이다. 농축산물과 공업제품 등을 의미하는 상품물가는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반면 집세와 외식비, 교육비 등을 의미하는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1.6%를 보이는 등 상품물가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에서도 1%대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가 내렸지만 도시서민의 피부에 와닿는 부분은 오히려 오르고 있는 것.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집세 상승이다. 일반적으로 전·월세 계약을 2년으로 한다고 봤을 때 지난달 기준 집세는 2년 전에 비해 4.8% 상승했다. 특히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전셋값은 지난달 가격이 2년 전에 비해 6.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축산물 가격 하락 흐름에도 외식비용은 늘고 있다.

지난달 외식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4% 올랐다. 반면 외식업체들의 원재료라 할 수 있는 농축수산물은 물가 성장률이 지난 3월과 지난달 연속해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원재료 가격은 하락했지만 임대료 인상분이 가격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교육비 역시 상승 흐름이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비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3.2%, 2.4% 올라 전체 서비스 상품 물가 상승률보다 높았다.

또 교육비 상승과 함께 교재비용도 올라가고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 대학 교재는 전년 동월 대비 10%, 20.5%, 4.5% 상승했다. 상품 가격의 지속되는 하락 흐름에도 도시서민에게 민감한 교육관련 상품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

서비스 가격 상승은 소비자의 체감물가를 높인다는 점에서는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더욱이 집세와 외식, 교육비 등 체감도가 높은 서비스 상품 가격은 질적 상장에 비해 가격 상승이 더 가파른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교과서적으로 체감물가가 높아지는 것은 사람들이 자주 접하는 농산물 가격 등이 인상됐을 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상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과 맞지 않는 설명"이라며 "최근 체감물가가 높은 것은 서비스 상품의 품질에 비해 가격이 높다 보니 상승률이 낮아도 물가가 높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