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역 인근에 내일 문여는 '뮤직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
희귀음반·음악잡지 한자리에 인디 뮤지션 위한 공연장도 마련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내부 모습.
1969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타몬트에서 열린 롤링스톤스의 무료 공연에 약 30만명이 몰렸다. 이들의 음악은 비틀스와 양대산맥을 이루며 인종과 나이를 불문하고 대중을 열광시켰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당시 롤링스톤스는 백인 밴드임에도 흑인 블루스 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흡수하며 '자유'를 노래했다. 그런데 이 공연에서 한 흑인 관객이 백인 경호원의 칼에 찔려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사랑과 평화'로 대변되던 히피 시대 종말의 상징으로 회자된다.
오는 22일 오픈에 앞서 19일 찾은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의 건물 외벽은 이 공연의 순간을 포착한 한 장의 사진이 뒤덮고 있었다. 음악·공연과 하나가 된 관객들의 표정에는 음악이 엄청난 힘을 발휘했던 그 시절의 생동감이 느껴졌다. 이 공간의 정체성이 여기 있다. 음악의 역사를 돌아보며 그 때의 공기를 다시금 호흡하자는 것이다.
서울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에서 이태원역으로 향하는 길 왼편에 위치한 이곳은 규모에 따른 위압감이 전혀 없다. 입구 앞에서부터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다. 야외 벤치에서 잠깐 쉬어 가거나 남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서울을 한 눈에 담을 수도 있다.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공중 무대에서는 사전 신청만 하면 누구나 버스킹을 할 수도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음악의 천국'이다. '뮤직라이브러리'에는 총 1만71장의 LP와 3200여권의 음악 관련 도서가 비치돼 있다. 6대의 턴테이블이 설치된 145㎡(약 43평)의 공간에서는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시대와 장르별로 음반을 직접 골라 들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희귀 음반 250여장도 포함돼 있다. 레드 제플린의 데뷔 앨범 초판(1969), 전 세계에 딱 100장 밖에 없는 롤링스톤스의 '스페셜 라디오 프로모셔널 앨범' 등이다. 대중문화사를 아우르는 미국 잡지 '롤링 스톤'도 1967년 창간호부터 최신호까지 1161권, 전권을 모아놨다. 이같은 컬렉션은 '롤링 스톤' 본사에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영 브랜드본부 상무는 "지속적으로 여유있게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며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음반들을 직접 만져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 2층은 35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언더스테이지'다. 유희열, 윤종신, 김수로 등이 '컬쳐 큐레이터'로서 콘서트,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기획해 공연할 예정이다. 특이하게도 천장이 뚫린 구조여서 더욱 풍성한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자연히 지하 1층에서도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조명 장비 등이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지하 1층의 주용도는 따로 있다.
2개의 합주실과 1개의 음악 작업실을 마련해 연주 연습부터 곡 작업, 녹음까지 할 수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공연 공간을 쉽게 구하기 어려운 실력있는 뮤지션들에게 무대를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언더스테이지 오픈을 기념해 22~24일 김창완 밴드, 가수 전인권, 신중현 그룹이 공연한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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