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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인터뷰] ‘착하지 않은 여자들’ 도지원 “어떤 꽃을 피울지는 연기자의 몫”

[fn★인터뷰] ‘착하지 않은 여자들’ 도지원 “어떤 꽃을 피울지는 연기자의 몫”


드라마 ‘여인천하’에서는 악독한 경빈, ‘웃어라 동해야’에서는 9살의 정신연령을 지닌 안나, ‘힐러’에서는 몸과 마음이 모두 병든 최명희 등 한 번만 봐도 뇌리에 잊히지 않는 강한 캐릭터를 도맡았던 도지원이 이번에는 일반적인 여성을 대변했다.3대에 걸친 여자들이 휘청이는 인생을 버티면서 행복을 찾는 가족 성장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도지원은 겉으로 보기엔 똑 부러진 커리어우먼이지만, 속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해 40이 넘도록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할 정도로 무거운 짐을 짊어진 인물 김현정을 연기했다.한 드라마 안에서 도지원은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며 1인 1역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1인 다(多)역인 듯 살아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앵커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후배들에게 뒷담화를 당할 때는 일반 직장인의 모습을,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함께 어머니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맏딸의 모습, 그리고 연인인 문학(손창민 분)과 있을 때는 사랑에 빠진 여자의 심리까지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그동안 센 역할을 많이 맡았어요. 이전부터 현정이 캐릭터 같은 연기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할 수 있게 됐네요. 지금까지 연기를 해오면서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을 이번 드라마를 통해 다 보여드린 것 같아요. 현정이의 해맑은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안에 내재돼 있던 제 모습을 끄집어낼 수도 있었죠.”
[fn★인터뷰] ‘착하지 않은 여자들’ 도지원 “어떤 꽃을 피울지는 연기자의 몫”


특히 1회의 현정이와 마지막회의 현정이는 같은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다른 분위기를 가졌다. 까칠하기만 했던 현정이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기까지 그 사이에는 사랑이 있었다. 현정이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오해했을 때도 그의 연인 문학은 현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현정이는 겉과 속이 다른 여자예요. 자신만만하고 자기중심적 인물 같지만, 사실 집안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늘 가슴에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속상해도 힘든 티를 못내죠. 돌아가신 줄만 알았던 아버지가 살아계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결국 무너지게 되는데, 이때 아버지 때문에 짊어진 짐을 문학이 덜어줘요. 그때까지 현정이는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는 말을 어느 누구에게서도 듣지 못했거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문학을 믿고, 처음으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을 열게 돼요. 문학은 늘 현정이가 힘들고 슬플 때 나타나서 감싸 안아주는 사람이에요.”
[fn★인터뷰] ‘착하지 않은 여자들’ 도지원 “어떤 꽃을 피울지는 연기자의 몫”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덕분이었을까. 김인영 작가는 지문이나 주석이 달리지 않은 다소 친절하지 않은 대본을 제공했으며, 유현기 감독 역시 전적으로 배우들을 믿고 맡겼다. 덕분에 배우들은 대본의 행간 의미를 파악하기에 힘썼고, 배우들이 직접 배역을 만들어나갔다.“대본을 받고 놀랐어요. 다른 드라마에서는 디테일하게 행동까지 알려주는 작가들도 있거든요. 김인영 작가는 ‘묘한 산’을 줘요. 대사를 보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어내는데, ‘이런 깊이까지 생각하시면서 쓰셨을까’ 생각할 정도로 깊이 연구해요. 이렇게 갈 수도 있고 저렇게 갈 수도 있거든요. 배우는 대본을 마음으로 파악해서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줘야 해요. 뿌리를 내리고 나무를 심은 후 어떤 꽃을 피울지는 연기자의 몫이죠. 모든 연기자들이 다 같이 산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상한 가지를 뻗기도 하지만 결국은 호흡이 맞게 되고 예쁜 산이 만들어지더라고요.”이런 맥락으로 도지원은 오랜만에 경빈이 됐다. 지난 2001년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도지원은 ‘뭬야’라는 대사를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도지원은 질부가 될 서이숙을 혼내면서 ‘뭬야’를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그동안 ‘여인천하’의 경빈 이미지를 떨쳐내기 위해 노력했던 도지원이었지만 오히려 다시 한 번 경빈이 됨으로서 다양한 매력을 선보였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뭬야’는 애드리브였어요. 대본에는 없었지만 그 부분은 경빈의 느낌이었거든요. 이전 회에서도 장미희의 ‘아름다운 밤이에요’, 김혜자 선배님의 ‘바로 이 맛이야’처럼 배우들의 유행어가 대본에 있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작가님이 저에게 이런 분위기를 주는 이유가 뭘까 계속 생각했어요. ‘뭬야’ 대사를 넣으려다가 차마 못하셨나 생각하면서 전날에 연습해 갔어요. 리허설 때까지도 못하다가 결국 하게 됐죠. 컷 했을 때는 모든 걸 내려놓은 느낌이었어요. 현장에서도, 방송 후에도 반응이 좋은 것을 보고 경빈에 대한 무게는 나 혼자만의 무게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여인천하’ 출연 후 계속 경빈에 대한 이미지가 따라다녀서 나라는 사람이 없어졌었어요. 저를 처음 보는 사람들도 경빈 같은 성격이 아니냐고 묻기도 했었고, 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갖게 됐죠. ‘웃어라 동해야’ 이후 다양한 역할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지만, 이번에 또 한 번 보여줬던 것 같아요.”
[fn★인터뷰] ‘착하지 않은 여자들’ 도지원 “어떤 꽃을 피울지는 연기자의 몫”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제목과 달리 악인이 없다. 착하지 않다고 해서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주인공들은 엉망진창인 삶을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화도 실컷 낸다.
하지만 선과 악을 무 자르듯 나눌 수 없듯이,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용서와 화해를 그리면서 그 안에 있는 따뜻함을 드러냈다.“모든 인간이 착함과 착하지 않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을 대할 때는 착한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착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상대적이죠. 드라마 속 여자들이 기본적으로 나쁜 사람들은 아니에요. 처해있는 주변 환경에 따라 까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거든요. 이것을 통해서 이들에게 착한 면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 같아요.”마지막으로 도지원은 25년 간 수많은 역할을 맡아 연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그가 오랫동안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런 겸손함 때문이 아닐까. 여전히 한 작품 한 작품 쌓아가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그가 다음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되는 바다.“한 작품이 끝나면, 분명히 배우는 것이 있어요. 어떤 역할을 선택했다면 그 이유가 있거든요. 뭔가 하나는 얻어 가는거죠. 이것 때문에 연기를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간다면 이 다음에 또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fnstar@fnnews.com fn스타 이주희 기자 사진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