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제도가 재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재훈·이화령 연구위원이 27일 펴낸 '사외이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2012년 3년간 평균 매출액 기준으로 상위 100위의 비금융권 상장 사기업에 대한 조사결과 9101개의 이사회 안건 중 사외이사가 한 명이라도 반대한 안건은 0.4%인 33건에 불과했다.
조사기간인 3년 동안 한 번 이상 반대표를 던진 사외이사는 15개 기업에서 59명이었다.
안건에 반대한 사외이사들은 최고경영자(CEO)와 지연 및 학연 등의 연고관계가 있는 경우가 드물었다. CEO와 같은 지역 출신인 경우는 7명(6%), 같은 고등학교 출신은 2명(3%)만이 한 번이라도 반대표를 행사했다.
더 큰 문제는 1년간 한 번이라도 안건에 반대한 사외이사는 그렇지 않은 사외이사보다 다음해에 교체된 비율이 2배로 높았다는 점이다. 일단 반대를 하면 사외이사를 그만두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사외이사가 CEO와 같은 지역 출신이면 교체확률이 타향 출신 사외이사의 60%였고 CEO와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교체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의 50%에 불과했다.
또 CEO와 같은 대학 출신이 아닌 사외이사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교체확률이 1.9배로 높았다.
보고서는 "사외이사 후보추천에 대한 CEO의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려면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해야 한다"며 "사외이사 후보를 복수추천으로 제도화하고 CEO의 이사회 의장 겸직을 금지할 필요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고서는 "사외이사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전자투표의 의무화와 대리투표 도입 등을 통해 소액주주들의 주주권 행사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