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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삼성물산, 'SK-소버린 사태' 겪나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제 2의 '소버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4일 삼성물산의 지분 7.12%(1112만5927주)를 보유하고 있다며 경영 참여를 선언한 엘리엇은 운용자산 약 260억달러(28조8000억원)에 이르는 거대 헤지펀드다.

부실 채권을 사들여 높은 수익을 내는 벌쳐펀드로 알려진 엘리엇은 아르헨티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1년 1000억 달러 규모의 디폴트를 선언한 이후 국제 채권단과 채무 구조조정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엘리엇은 합의에 불응해 다른 헤지펀드 한곳과 소송을 냈고 미국 법원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면서 아르헨티나는 디폴트에 내몰렸다.

엘리엇은 특히 정치·사회적 이슈에도 목소리를 내고 기업 지배구조에 관심을 가지면서 적극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로 꼽힌다.
이번 합병처럼 기업 인수합병(M&A) 거래에서 소액주주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해 더 높은 주가를 받아내는 것도 엘리엇이 자주 쓰는 투자 기법이다.

이 때문에 엘리엇이 국내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지난 2003년 SK그룹이 겪었던 소버린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외국계 운용사인 소버린은 SK의 최대주주로 부상하면서 최태원 회장 퇴진 등을 요구하고 법정 공방까지 벌이는 등 장기간의 고강도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