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즉각적인 결과보다 실패 용인 문화 조성을"
지난 2001년 세계 최초로 USB 플래시 메모리를 개발에 성공한 뒤, 수차례 창업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이스라엘 최고 벤처 영웅'으로 인정받고 있는 도브 모란 현 코미고 대표.
파이낸셜뉴스는 미래창조과학부와 공동으로 오는 25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6회 모바일코리아 포럼'을 개최한다.
'창조적 파괴'를 주제로 열리는 제6회 모바일코리아 포럼은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이라는 혁신적 사고법의 대가 래리 라이퍼 스탠퍼드대학 D스쿨 교수와 '이스라엘 벤처 영웅' 도브 모란 코미고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2회에 걸쳐 제6회 모바일코리아 포럼 기조연설자들과 사전 인터뷰를 진행, 한국의 정부와 기업, 창업을 꿈꾸는 잚은이들에게 '혁신'보다 한 단계 앞선 창조적 파괴의 성공비결을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도브 모란 CEO는 한국의 수많은 창업 도전자들에게 '실패의 경험이 인정되는 창업 생태계에 관한 제언'이란 주제로 도전의 중요성을 설파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당신은 충분히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패에서는 (성공보다)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며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 하는 일을 계속 하십시요!"
도브 모란 코미고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의 창업가, 벤처기업가 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메시지다.
도브 모란 CEO는 "한국의 기업가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이스라엘, 미국 그리고 유럽 기업가들에게 하고 싶은 것과 매우 다르다"고 강조하며, 실패에 대해 유독 인색한 한국의 문화와, 이 때문에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스라엘에는 '후츠파'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에서는 '뻔뻔, 철면피 따위를 뜻하는 히브리어 말' 정도로 풀이하고 있는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떳떳하게 인정하는 이스라엘 고유의 정신을 말한다. 이 정신 하나를 밑천 삼아 전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이끌어내는 사람이 모인 곳이 있다. 바로 이스라엘이다.
우리나라도 자원이 부족해 사람이 유일한 자원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곳이지만, 이스라엘은 우리나라 보다 더 척박한 환경을 지닌 곳이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이스라엘은 현재 전세계 최고 벤처 창업가들을 육성해나고 있는 부국으로 성장했다.
성공의 배경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정책도, 대기업들의 활발한 투자 활동도 아닌 바로 '생존에 대한 절실함'이 있다. 이는 한번의 실패를 완전한 실패로 깎아내리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만드는 문화적 바탕이 원동력이 된 것이다.
■"벤처 지원 정책보다 실패 인정 문화가 더 시급"
'이스라엘 벤처 영웅'으로 불리는 도브모란 CEO는 제6회 모바일코리아 포럼 기조연설 전 7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사전인터뷰에서 "후츠파 정신이 그 어떤 자금적·정책적 지원보다 벤처기업가들에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츠파 정신은 아직 도전 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해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것"이라며 "주변의 다른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웃고 말려도 그것에 개의치 않는 정신"이라고 후츠파 정신에 대해 정의를 내렸다.
■숱한 실패가 도브 모란을 영웅으로 만들다
도브 모란 CEO는 지금은 전 세계에서 컴퓨터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 이상씩을 들고 다닐 정도로 대중화된 휴대용 저장장치(USB)를 세계 최초로 발명해 낸 주인공이다.
USB 메모리를 발명해낸 엠시스템스(M-Systems)의 창업가인 도브 모란 CEO는 이 기술을 샌디스크에 넘기면서 단 한번의 계약으로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벌어들인다.
그가 한번에 막대한 돈을 벌었기 때문에 이스라엘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게 아니다. 도브모란은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쥔 이후 거침없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실제 나는 손자 손녀 대대손손 부유하게 살려면 더이상 일을 하지 말아야 했다. 그러나 내 인생의 목적은 내가 회사를 설립하는 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내는 것"이라며 "어떤 사람은 나를 철학자냐며 비웃을 지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철학자가 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도전해 보고 싶은 지경"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스라엘의 벤처 영웅은 한번의 성공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창업에 도전하면서 사회적으로 일자리와 새로운 생산에 기여하는 그의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최선 다한 뒤 실패하면 누구나 영웅"
그래서인지 '실패'를 바라보는 그의 관점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최근 한국에서는 벤처 성공 신화의 아이콘이었던 팬택이 기업회생절차 폐지신청을 하며 파산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직 한국에선 실패를 성공의 기회로 보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는데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의 생각을 묻자 "팬택 사건에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한다. 내 첫번째 회사인 엠시스템스의 협력사로서 팬택을 접한 적이 있다. 나는 직원들과 경영진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에서도 많은 젊은이들이 창업에 도전하지만 대부분이 실패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그 실패자들이 최선을 다한 후 실패했다면 그들을 영웅이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실제 이스라엘의 현재 벤처기업 수는 8000개가 넘는다. 이스라엘에서 한 해 창업하는 벤처기업 수만 유럽 전체의 창업 벤처기업 수 보다 많다. 매년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 초기 벤처기업이 600개씩 설립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직접 지원 안해...다시 도전하도록 문화를 만든다"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정부에서 어떠한 정책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이스라엘에선 실패한 기업가에 대해 정부든 민간이든 어떠한 지원도 해주지 않는다"며 "다만 실제 도움이 되는 전폭적인 지원은 그들이 다시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물론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어느정도의 지원은 있을 수 있지만, 이스라엘이 정말 스타트업 국가가 된데는 이러한 지원이 아닌 후츠파 문화가 깃든 혁신 정신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조경제, 즉각적 결과 기대하면 안돼"
한국에서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며, 창조경제 가치를 높이 사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조성하려는 다방면적인 노력보다는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 그는 "물론 정부가 더 많은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변화하는 과정은 길고 따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빨리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는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정부가 벤처캐피탈 자금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시작한 건 실패를 더 많이 수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기술유출. 걱정할 일 아니다...오히려 산업 키워"
최근들어 이스라엘에서는 수 많은 성공 스타트업이 생겨나면서, 이를 글로벌 거대 기업들에 매각하는 사례가 들면서 기술 특허 등 지식재산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은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젊은 사람들에 의해 세워진다. 그리고 젊은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벌고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을 갈망한 나머지 회사를 빠르게 매각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이는 부정적인 효과보단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몇년 동안 젊은 사람들이 창업을 하고 이를 성장시키고 회사를 매각하면서 많은 돈을 벌어들임으로써 산업 전체가 성장하고 있다"며 "이미 우리는 10억 달러를 넘나드는 회사들을 많이 보고 있는데 위치기반 기술을 적용한 애플리케이션(앱) 웨이즈(Waze)는 구글에 10억 달러 이상으로 팔렸으며, 차의 위험에서 안전을 보장해주는 기술을 만든 기업 모바일아이(Mobileye) 역시 미국에 50억달러 이상으로 팔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사용됨은 물론 산업 전체 파이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에 인수되는 현상이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스타트업 서로 도움되는 관계"
도브 모란 CEO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상호 도움을 주는 관계라고 정의했다. 그는 "거대 조직인 대기업은 구체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규율적이고 효율적으로 행동한다"며 "하지만 스타트업은 피해를 줄 것만 같은 물건이나 기대치 못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수없이 이끌어 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명한 대기업들은 회사내 벤처캐피탈을 조성하고, 스타트업의 혁신을 보고 투자한다"며 "또 몇 몇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얻어가기도 한다"며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상호 시너지를 강조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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