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네슬레·지엠 등 다국적 기업 집합지이지만 복잡한 稅제도·환율강세로 한국기업들은 고군분투
【 상파울루(브라질).서울=이영선 상파울루 무역관장 안승현 기자】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을 순방했을 때 함께 따라나선 경제사절단에는 총 125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경제사절단이 방문한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페루 등 4개국은 모두 국가 현대화 정책으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발주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쏟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나라는 바로 중남미의 '맏형' 격인 브라질이다. 아직까지 독특한 관료주의 문화와 복잡한 세금제도, 수출입제도, 부족한 산업인프라 때문에 해외 기업들에 진입이 쉬운 시장은 아니다. 그러나 2억명의 내수시장과 풍부한 지하자원 덕분에 중남미 국가 중 가장 높은 성장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근무 중인 이영선 KOTRA 무역관장을 통해 현재 브라질시장 상황과 우리 기업들의 유망 진출업종 등 현지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다국적 기업의 집합지
현재 브라질에는 세계 다국적기업 대부분이 진출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천지가 매년 발표하는 500대 글로벌 기업의 대부분이 브라질에 생산시설이나 사무실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포드, 폭스바겐, 피아트, 지엠, 네슬레, 유니레버, 일렉트로룩스, 월풀 등 자동차부터 식품과 가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업들이 브라질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브라질시장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남들보다 일찍 진출했기 때문이다. 이영선 무역관장은 "이탈리아의 피아트는 시장점유율1위인데 1976년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주에 연 80만대 생산공장을 설립하면서 진출했다"며 "브라질 제약시장 1위인 독일계 EMS 제네리코스사는 2000년에 브라질 연구소 가동을 시작하면서 제네릭 의약품 시장에 진출한 경우"라고 말했다. 금융업에서도 스페인계 산탄데르 은행이 1982년 진출해 현재 주요은행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브라질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것은 아니다.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입을 시도하다 실패한 사례들도 있다. 이 무역관장은 "샌드위치 전문업체 서브웨이의 경우 정확한 시장 파악도 없이 1990년대 중반 브라질에 진출했으나 맥도널드식의 기름진 햄버거를 선호하던 당시 브라질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대부분의 매장이 폐업하기에 이르렀다"며 "그러나 2003년 서브웨이는 웰빙식 바람을 타고 손수 골라 만드는 '프레시 샌드위치' 붐을 일으키며 성공적으로 브라질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현지 시장서 고군분투
현재 브라질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은 대략 50~60개에 이른다. 그런데 최근 이들의 상황은 좋지 않다. 글로벌 경제 침체와 브라질 경제의 성장둔화, 높은 인플레 등으로 인한 소비위축이 두드러지면서 브라질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매출이 대폭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무역관장은 "지난 5월 28일 기준 달러화 대비 헤알화 환율은 달러당 3.2헤알로 5년 전에 비해 무려 2배나 상승했다"며 "현지 생산을 하지 않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사업여건에다 환율까지 뛰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경제난국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 기업들은 각자 사정에 맞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계획했던 투자를 잠정 보류하거나 투자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들은 차별화된 상품(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해 불황을 모르는 고소득층 소비자를 공략하는 방법으로 위기를 이겨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우리나라 한 기업의 투자진출이 눈에 띄고 있다. 한국의 신화실업은 브라질 기업과 합작해 히우그란지두술주의 해안지역에 7000만달러를 투자해 식품통조림, 음료수캔, 전자부품, 장난감 등에 쓰이는 주석도금강판을 생산할 계획이다. 올해 말 착공해 18개월 내에 공장을 완공할 계획인데 생산제품은 브라질에 매년 70만t을 공급하고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브라질 정부 인프라 확대 노려볼만
브라질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농업, 목축업, 자원 및 에너지 산업 등이 발달돼 있어 다양한 농산물과 원자재를 생산, 수출하고 있다.
특히 남미 대륙에서 가장 발달된 제조업 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다양한 가전제품을 현지생산해 내수시장에 공급하거나 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 무역관장은 "최근 10여년 사이 브라질 정보기술(IT) 시장은 눈에 띄게 성장했는데 스마트폰, 평판TV, 노트북 등과 같은 첨단 IT 제품의 대중화에는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같은 우리 기업들의 공이 매우 크다"며 "그런데 이 같은 생활가전시장은 이미 다수의 기업이 진출해 있어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브라질 정부는 전력 및 통신인프라, 보건·위생 등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인프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경제성장촉진프로그램(PAC)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브라질시장 진출에 관심 있는 우리 기업들은 인프라산업 참가 기회를 적극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ahnm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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