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아이디어·실현 가능성 초기 창업자에게 필요한 요소 때이른 발명도 실패할 수 있어
"저는 성공의 공식이 없습니다. 실패의 공식만 있습니다. 그나마 '혁신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가 답입니다."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세계 최초로 발명해 수조원을 벌어들이며 이스라엘 벤처 영웅으로 평가받는 도브 모란 코미고 대표는 '실패의 경험이 인정되는 창업 생태계에 관한 제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25일 파이낸셜뉴스와 미래창조과학부 공동 주최로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창조적 파괴' 주제의 '제6회 모바일코리아포럼'에서 모란 대표는 "어떻게 실패하는지를 말하겠다"며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너무 일러도 실패한다
모란 대표는 20년 전 USB의 최초 제품 실패사례를 제시하면서 "너무 이른 발명은 실패한다"고 말했다.
USB의 최초 제품인 플래시디스크드라이브로 시작해서 오늘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지금은 수백억달러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당시에는 비싸고 큰 제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모란 대표는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할 때 너무 빨리 하면 실패하고 만다"며 "당시 매출이 너무 저조했다. 이 때문에 너무 빨리 혁신하면 실패한다는 것을 느꼈고, 지금도 당시와 똑같이 하면 또 실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모란 대표는 이 같은 실패를 수용하는 방법에 익숙했다고 부연했다.
실패 이후 모란의 회사는 플래시드라이브, 디스크온키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전 세계에 판매했다. 동시에 델과 휴렛팩커드(HP), 소니 등과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각각의 고객마다 디자인 적용을 차별화하면서 고가의 플래시드라이브를 판매했다.
그렇게 성공을 거두면서 재정적으로 탄탄해질 수 있었고 해당 기술을 샌디스크에 넘기면서 단 한 번의 계약으로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벌어들였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모란 대표를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로 꼽는다.
그러나 모란 대표는 모두(Modu)라는 회사를 만들어 휴대폰 사업 등에 나서는 등 기술개발과 함께 끊임없는 도전을 했고, 많은 실패를 겪기도 했다.
모란 대표는 "혁신적이지만 망할 때가 있다"면서도 "우리 회사는 문을 닫아야 했지만 우리가 가진 특허를 구글이 인수하면서 끝은 아니었고 '모두'에서 태어난 회사가 30개 정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실패할 수 있는 용기
모란 대표는 혁신과 실패의 연관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사무실에 두 명이 있어도 리더가 있다. 리더는 대범하게 혁신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누군가가 실수를 해도 더 할 수 있게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은 결국 실패할 수 있는 어떤 용기로, 실패하면 다시 하면 된다"며 "또 실패하면 다시 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성공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실패를 견딜 수 있는 강인함이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란 대표는 USB의 아이디어 착안 과정을 떠올리며 혁신에 대해 언급했다.
미국에서 발표를 앞두고 타인의 컴퓨터로 파일을 옮길 방법이 없어 전전긍긍하다 갑자기 떠오른 방법이 USB였다는 설명이다. 플로피디스크와 같은 저용량이 아닌 고용량의 파일을 옮겨야 한다는 문제가 혁신의 시작이었다.
모란 대표는 "문제로 생각하던 것을 바꿔 생각해냈고, 이것으로 특허를 받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런 성공이 있었다"며 "아직 깨닫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부연했다.
■인재·아이디어·실현 가능성 중요
모란 대표는 끝으로 초기 창업자에게 필요한 요소로 인재와 아이디어, 실현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맡은 일을 잘할 수 있는지와 팀워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봐야 한다"며 "투자가들에게 100번 중 99번은 거절을 당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매일 1000개 정도의 아이디어를 e메일로 본다"며 "엉망인 아이디어도 많지만 이들 아이디어가 타당성이 있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도 살펴본다. 아이디어가 좋아도 그 제품을 위한 시장이 없을 수도 있으니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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