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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진흥회, 원유값 동결 결정 '고통 분담 차원'

국내 우유 공급 시장의 23% 가량을 차지하는 낙농진흥회가 올해 원유기본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낙농가를 중심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고통 분담차원에서 동결을 택한 것이다.

원유기본가격은 우유값, 치즈값 등 유가공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낙농진흥회는 이사회를 열고 올해 원유기본가격을 리터(ℓ)당 940원으로 동결키로 최종 확정했다. 2년째 같은 가격이다. 해당 가격은 오는 8월1일부터 내년 7월31일까지 적용된다.

낙농진흥회가 결정한 원유 가격은 통상적으로 시장의 '준거가격'이 돼 나머지 생산자의 가격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우유생산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생산비는ℓ당 796원으로 전년도의 807원에 비해 11원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ℓ당 25원 인상을 유보한 것과 소비자물가 변동률(1.3%)을 감안하면 올해에도 ℓ당 15원의 인상요인이 발생했다"면서 "소비자, 생산자, 수요자 등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원유값 결정은 시장의 수급 논리보다는 공급자의 생산원가 등에 주로 좌우된다. 원유를 생산하기 위해선 대규모 시설이 필요해 투자비가 많이 든다. 특히 젖소의 경우 원유를 생산하기까진 적어도 3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원유가 시장에 초과 공급이 된다고 해서 젖소를 도태시키는 등 쉽사리 공급 조절을 할 수 없는 것도 이때문이다. 공급의 비탄력성이 강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국제적으로 원유는 시장이 아닌 생산자 중심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최근 우유 등의 수요 위축으로 인해 시장은 초과 공급을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낙농진흥회 이근성 회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생산자 단체 등의 자율적인 생산감축 노력, 유업체의 원유생산쿼터 하향 조정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에 의한 소비 위축 등으로 낙농업계 전반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원유기본가격 동결을 결정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0년 당시 원유는 1일 기준으로 5866t이 생산됐지만 이 중 644t이 남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생산 6144t에서 978t이 남는 등 공급 과잉은 계속되고 있다. 분유재고량도 2010년 1050t에서 지난해에는 1만8484t으로 크게 늘었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