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랭이논길 지나 앵강다숲길 건너 노고단자락 넘어 섬진강물길 따라
'한섬지 천리길'은 지리산 둘레길을 비롯해 섬진강길, 한려해상길 등이 하나로 연결된 400㎞에 달하는 생태문화탐방로다. 지리산 둘레길을 찾은 여행객들이 지리산 노고단에 오른 뒤 하산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국립공원관리공단·지자체가 조성한 1000리 길.. 코스만 42개
【 남해·구례(경남·전남)=조용철 레저전문기자】 한려해상 국립공원, 섬진강, 그리고 지리산 둘레길을 이어 주는 생태문화탐방길이 열렸다. '한섬지 천리길'로 불리는 이 길은 영.호남을 이어주는 통합의 길로 거듭나고 있다. '한섬지'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섬진강, 지리산국립공원의 첫 글자를 따서 지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한 이 길은 기존에 있던 길을 재정비해 하나로 연결시킨 것이다.
총길이만 해도 1000리(약 400㎞)가 넘고 전체 코스만 해도 52개에 달한다. 이 중 현재 42개 코스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으며 나머지 코스는 각 지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쌍산재에서 한 여행객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남해 사람들 생존의 길, 남해바래길
한섬지 천리길의 한 갈래를 이루고 있는 남해바래길은 모두 8개 코스가 정비돼 있지만 지난 2010년 처음 문을 연 제1코스(다랭이지겟길)와 제2코스(앵강다숲길)가 가장 인기다. 제1코스의 종착점이자 제2코스의 시작점인 가천다랭이마을이 두 길의 경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남해바래길의 시발점인 다랭이지겟길은 평산항에서 시작해 사천해수욕장~선구몽돌해안~향촌전망대~가천다랭이마을에 이르는 16㎞ 구간, 앵강다숲길은 가천다랭이마을에서 시작해 홍현해우라지체험마을~두곡월포해수욕장~미국마을~원천~벽련마을에 이르는 14.6㎞ 구간에 조성돼 있다. 두 코스 모두 도보로 대략 5시간쯤 걸리는 거리여서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 남해바래길은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면서 살아온 남해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삶의 길이었다. '바래'는 남해 사람들이 척박한 환경에서 바다를 생명으로 여기고 물때에 맞춰 갯벌과 갯바위 등에서 해초류와 해산물을 캐는 행위를 의미하는 남해 토속말이다.
다랭이지겟길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앵강다숲길은 잔잔히 흐르는 앵강만을 바라보면서 걷는 길이다. '꾀꼬리 강'이라는 의미의 '앵강(鸚江)'과 5개의 마을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숲이라는 의미의 '다숲'을 합쳐 길 이름을 지었다. 실제로 앵강은 남해 앞바다의 앵강만을 일컫는다. 이곳은 분명 바다이지만 강처럼 잔잔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쪽빛 바다를 바라보며 길을 걷다 보면 남해의 푸른 바다는 물론 이곳 사람들이 땀 흘려 경작하는 마늘밭과 고사리밭을 만날 수 있다.
양기식 국립공원관리공단 남부사무소장은 "남해바래길을 포함하고 있는 한섬지 천리길은 영.호남의 화합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한섬지 신문화 관광 실크로드 구축 등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한섬지 천리길은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고단과 지리산둘레길 트레킹
지리산은 지난 1967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3개도, 5개 시·군에 걸쳐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은 최고봉인 천왕봉(해발 1915m)을 비롯해 수많은 능선과 깊은 계곡으로 이뤄져 매우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살아가고 있다. 최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리산생태탐방연수원을 개장하면서 주변 지역의 역사.문화.생태자원과 연계해 생태관광 및 미래세대 환경교육 등 우리나라 생태관광 체험시설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반야봉, 천왕봉과 함께 지리산 3대 주봉인 노고단은 국립공원관리공단 남부사무소에 속해 있다. 성삼재휴게소로 알려진 성삼재 탐방지원센터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후 약 3.3㎞를 더 올라가면 노고단대피소가 나온다. 여기서 약 1㎞의 산길을 오르면 노고단 고개를 만나볼 수 있다.
노고단 정상으로 가는 길은 나무데크로 잘 정비돼 있고 길가에는 각종 야생화와 나무들이 풀잎과 함께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다. 고산지 야생화는 벌과 나비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인하기 위해 일반 야생화보다 크고 선명한 것이 특징이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추천한 둘레길은 지리산, 섬진강 기운이 넘치는 오미∼방광구간 12㎞ 구간으로 천은사와 성삼재로 가는 길목에 있는 방광마을은 임진왜란 때 피난을 온 외지인이 형성한 마을이라고 한다.
오미마을엔 조선시대 양반가를 엿볼 수 있는 운조루가 자리잡고 있다. 조선 영조 때 삼수부사를 지낸 유이주(1726~1797)가 세운 가옥으로 조선 후기 귀족 주택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구례군 사도리 상사마을에는 양가집 고택인 '쌍산재'도 만나볼 수 있다. 해주 오씨인 쌍산재 주인의 6대조 할아버지가 처음 터를 잡은 뒤 200년 넘게 살고 있는 고택이라고 한다. 현 주인의 고조부가 서당채인 쌍산재를 지은 이후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이곳엔 살림채와 별채, 서당채 등 부속건물, 대숲, 잔디밭 등이 들어서 있다.
쌍산재로 들어가기 전 대문 오른편엔 '지리산 산삼 썩은 물'이 모여 있다고 전해진 '당몰샘'이라는 우물이 있다. 당몰샘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들어서면 안채와 사랑채가 마주 보고 오른쪽에 건너채가 자리잡고 있다.
쌍산재는 한때 서당으로 사용됐던 서당채가 최고의 볼거리다. 안채와 별채 사이에 난 돌계단을 지나면 대숲과 동백숲이 우거져 있다. 대숲과 동백숲을 벗어나 초록빛 잔디밭을 지나면 서당채가 나오는데, 널찍한 대청마루에 누워보면 땡볕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시원하다.
yc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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