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헤지펀드 공격 방패막이 역할.. 합병 탄력받아
책임 미루기 비판 우려 의결권행사 자체 판단 결론 17일 주총이후 결정 공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최대 고비로 꼽혔던 국민연금이 결국 찬성으로 가닥을 잡았다.
합병 주총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이 같은 결정이 나옴에 따라 합병에 청신호가 켜졌다.
합병의 9분능선을 넘은 만큼 삼성물산은 남은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국민연금의 이번 판단은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에 노출된 국내 기업에도 방패막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내부적으로 찬성 결정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0일 오후 3시부터 내부 투자위원회를 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 찬반에 관해 논의했다.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기금운용본부 리스크관리센터장, 운용전략실.운용지원실.주식운용실 실장 등 내부 인사 12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사안의 중대성을 반영한 듯 오후 7시 무렵까지 4시간가량 진행됐다.
당초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투자위원회를 열어 의결권 행사를 자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외부 전문기관에 맡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만약 자체 판단이 아닌 외부기관에 맡길 경우 합병이 물 건너갈 가능성이 컸다. 실제 지난 2014년 이후 만도, 현대.기아차, SK가 주총을 열었을 때 합병, 분할, 대표이사 선임, 사내.외 이사 선임 등의 안건과 관련해 외부기관의 판단은 반대 4건, 기권 1건으로 찬성은 한 번도 없었다.
국민연금이 합병과 관련, 찬반 결정을 외부기관에 맡기지 않고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은 '책임 떠넘기기'를 넘어 '헤지펀드의 손을 들어준 꼴'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더불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무산될 경우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식가치가 하락해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합병 찬성으로 가닥을 잡은 이유로 꼽힌다. 실제 국민연금은 제일모직 주식 679만7871주(5.04%), 삼성물산 주식 1813만1071주(11.61%)를 보유 중이다. 시가로는 각각 1조1800억원, 1조1400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청신호'
국민연금은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 오는 17일 열릴 주주총회 이후에야 이날 결정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찬성 결정을 내림에 따라 합병에 확실한 청신호가 켜졌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판단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날 하나UBS자산운용은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질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 수는 4만4460주(0.02%)다.
회사 측은 "수익자 권익 보호에 문제 되는 바 없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상기 의안에 대해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주주 제안한 현물배당과 중간배당 안건에도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다른 주주를 설득하는 데도 본격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KCC가 장내에서 매입한 지분과 삼성SDI·삼성화재 등 계열사, 최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더하면 확정된 찬성표는 19.78%가 된다. 엘리엇 지분 7.12%를 포함, 반대 의사를 내비친 일성신약(2.11%)과 네덜란드연기금 등을 합치면 반대표는 9.53%가량이다.
특별결의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참석 지분의 3분의 2 이상, 전체 지분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지분으로 계산하면 46.67%다.
주주총회 참석률을 70%가량으로 가정할 때 국민연금이 찬성 입장을 밝힘에 따라 삼성물산은 30.99%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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