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최대 고비로 꼽혔던 국민연금이 결국 찬성으로 가닥을 잡았다. 합병 주총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이 같은 결정이 나옴에 따라 합병의 청신호가 커졌다.
합병의 9부 능선을 넘은 만큼 삼성물산은 남은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국민연금이 이번 판단이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에 노출된 국내 기업에도 방패막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내부적으로 찬성 결정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캐스팅 보트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0일 오후 3시부터 내부 투자위원회를 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에 찬성할지, 반대할지를 논의했다.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기금운용본부 리스크관리센터장, 운용전략실·운용지원실·주식 운용실 실장 등 내부 인사 12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사안의 중대성을 반영하듯 7시무렵까지 4시간 가량 진행됐다.
당초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투자위원회를 열어 의결권 행사를 자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외부 전문기관에 맡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만약 자체 판단이 아닌 외부 기관에 맡길 경우 합병이 물 건너 갈 가능성이 컸다.
실제 지난 2014년 이후 만도, 현대·기아차, SK가 주총을 열어 합병, 분할, 대표이사 선임, 사내·외 이사 선임 등의 안건과 관련, 외부 기관의 판단은 반대 4건, 기권 1건으로 찬성은 한 번도 없었다.
국민연금이 합병과 관련 찬반을 외부 기관아 이난 자체에서 결정한 것은 '책임 떠넘기기'를 넘어 '헤지펀드의 손을 들어준 꼴'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식 가치가 하락해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합병 찬성으로 가닥을 잡은 이유로 꼽힌다. 실제 국민연금은 제일모직 주식 679만7871주(5.04%), 삼성물산 주식 1813만1071주(11.61%)를 보유 중이다. 시가로는 각각 1조1800억원, 1조1400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청신호
국민연금은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 오는 17일 열릴 주주총회 이후에야 이날 결정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찬성 결정을 내림에 따라 합병에 확실한 청신호가 켜졌다. 국민연금의 이같은 판단은 국내 기관 투자자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 이날 하나UBS자산운용은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질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보유중인 삼성물산 주식 수는 4만4460주(0.02%)다.
회사측은 "수익자 권익보호에 문제되는 바 없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상기 의안에 대해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주주 제안한 현물배당과 중간배당 안건에 대해서도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다른 주주 설득에도 본격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KCC가 장내에서 매입한 지분과 삼성SDI, 삼성화재 등 계열사, 최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더하면 확정된 찬성표는 19.78%가 된다. 엘리엇의 지분 7.12%를 포함 반대 의사를 내비친 일성신약(2.11%)과 네덜란드 연기금 등을 합치면 반대표는 9.53% 가량이다.
특별결의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참석 지분의 3분의 2 이상, 전체 지분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지분으로 계산하면 46.67%다.
주주총회 참석률을 70% 수준으로 가정할 때 국민연금이 찬성 입장을 밝힘에 따라 삼성물산은 30.99%를 확보했다.
이젠 15.68%만 더 확보하면 된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지분이 11.05%인 것을 감안하면 4~5%정도 추가 확보하면 합병이 통과된다. 이에따라 삼성물산은 헤지펀드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인 주주(26.41%)와 기타 소액주주(24.43%)를 대상으로 일주일간 표심 얻기 위한 광폭행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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