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현장르포] 세계 첫 LNG 연료장치 부착 'LNG선' 건조하는 대우조선

국내 하루 소비량보다 많은 LNG 적재 가능
천연가스 손실 막는 PRS 개발로 수주 싹쓸이
현재 3년치 일감 대기

[현장르포] 세계 첫 LNG 연료장치 부착 'LNG선' 건조하는 대우조선
대우조선해양이 건조 중인 세계 첫 천연가스 연료장치의 LNG운반선이 경남 거제 옥포만 대우조선해양옥조선소 안벽에 고정돼 있다. 캐나다 티캐이 선사가 발주한 선박으로, 17만3400㎥ 가스를 실을 수 있다. 길이는 415m, 폭 46.4m, 높이 26.5m에 이른다.

【 거제도(경남)=최진숙 기자】 지난 9일 경남 거제도 옥포만의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육상도크 앞. 길이 503m, 폭 13m, 깊이 14.5m의 초대형 규모다.

미국 스콜피오사가 발주한 원유운반선 2척과 미국 도리안사의 액화석유가스(LPG)등 총 4척이 도크안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거대한 선박안에서 연속적으로 들려온 망치질 소리, 도크 주변의 900t급 크레인이 내는 요란한 기계음은 '조선업 불황'이라는 말을 무색케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앞으로 3년치 일감이 남아있다. 현장은 선박 납기일을 맞추느라 쉬는 날이 없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으로 오일메이저들의 해양플랜트 등 굵직한 사업들의 수주가 줄긴 했지만, 대우조선의 수주잔량은 현재 829만9000CGT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친환경·고효율로 만든다'

육상도크에서 옥포만으로 200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N안벽. 캐나다 티케이사가 발주한 415m 길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배의 높이는 26.5m, 폭은 46.4m로, 축구장 4개가 들어가도 남는 규모다.

선박의 이름은 크레올 스피릿(creole spirit). 신대륙 개척 정신을 배 이름에 담았다. 이 선박의 LNG 적제능력은 17만3400㎥. 우리나라 하루 LNG소비량(15만㎥)보다 많은 가스를 싣고 다닐수 있는 수준이다. 더욱이 이 배는 '친환경 장치, 고효율 성능'의 LNG 연료장치를 부착한 세계 첫 LNG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안전모, 보안경을 착용하고 크레올 스피릿의 심장 엔진실을 들어가보니 엔진(ME-GI)과 여기에 연료를 공급하는 장치(HiVar FGSS) 안착은 완료된 상태였다.

ME-GI 엔진은 독일 만디젤사가, HiVar FGSS는 대우조선이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ME-GI 엔진은 HiVar FGSS가 있어야 움직인다. 대우조선은 이 기술 연구를 2007년부터 시작해 2011년 완료했다. 글로벌 선사의 선주들은 이 장치가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연료비 절감에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 선호도가 높다.

"한번 출항하면 바다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보통 40일 이상이다. 연료비 절감이 선사들에겐 요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게 대우조선 측 설명이다.

■'고부가 선박, 中에 밀리지 않겠다'

대우조선이 'LNG선 명가'로 자리잡았던 건 이런 신기술의 꾸준한 성공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전세계 발주된 66척 대형 LNG운반선 중 대우조선은 37척을 수주했다. 국내 조선소 전체 수주분(48척)의 80%에 육박했다.

이 중 ME-GI 엔진과 HiVar FGSS가 적용된 선박은 20척이나 됐다. 대우조선이 자체 개발한 천연가스 부분재액화장치(PRS)도 수주능력을 배가시켰다.

LNG운반선은 기체인 천연가스를 액체상태로 변환해 운송한다. 하지만 운송중 가스는 자연기화돼 버려지는 경우가 불가피하게 발생했다. 대우조선은 이런 가스의 손실을 막기 위해 기화된 가스를 재액화시켜 화물창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장치 PRS를 개발, 지난해 상용화했다.

선박의 꼭대기로 갈 수 있는 임시 철제 계단을 따라 올라가 가스저장소인 화물창 내부로 들어가 봤다. 팔각형 모양의 내부는 니켈합금으로 된 얇은 판의 멤브레인 위에 핀란드산 자작나무로 만든 화산재 부착 작업이 한창이었다. 멤브레인 곳곳엔 사람의 손으로 마무리된 용접의 흔적이 보였다.

선박CM1 그룹 홍기성 부장은 "화물창은 특히 한치 오차가 생기면 곧바로 대형사고와 연결된다. 가장 긴장감이 느껴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배에서 빠져나와 차를 타고 옥포만 좌측 해양플랜트 현장으로 향했다. 육상 곳곳에선 조립작업이 한창이었고, 안벽에 고정된 FPSO, FLNG, 드릴십의 육중한 모습이 보는 이를 압도했다.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가 발주한 320m 길이 FLNG 앞에선 막 휴식을 끝낸 작업자들이 승선을 위해 선 줄은 100m가 넘어 보였다.

현장 관계자는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지만, 근로자들의 성실함, 꼼꼼함에서 확실한 차이가 있다. 고부가 선박에선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jins@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