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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폐기 화폐' 1조7341억원

작년 하반기보다 6.9%↑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장판 밑에 200만원을 1만원권 뭉치로 보관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습기로 인해 변색은 물론이고 1만원권 곳곳이 삭아있었다. 김씨처럼 손상된 지폐를 갖고 있는 경우 남은 면적이 원래 크기의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 전액을 한국은행에서 교환할 수 있다. 5분의 2 이상이면 액면가의 반을 받을 수 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이같이 부패하거나 낡아서 폐기처분된 화폐는 1조7341억원이다. 지난해 하반기(1조6227억원) 대비 1114억원(6.9%) 증가했다.

5t 트럭 58대 분량이다. 한 줄로 세우면 경부고속도로 서울~부산(416㎞)을 약 53회 왕복(2만2048㎞)할 수 있는 거리다. 손상된 이 화폐들을 모두 새 화폐로 바꿀 경우 약 290억원의 제조비용이 든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1만원짜리는 올 상반기 1억4095장(총 1조4095억원)이 수명을 다하고 폐기됐다. 상반기 폐기액 중 81.3%다. 1000원권 1억4660장(1466억원, 8.5%), 5000원권 2394만장(1197억원, 6.9%), 5만원권 11만4600장(573억원, 3.3%)이었다. 주화는 100원짜리 5억원(주화 폐기액의 48.6%), 500원화 4억원(39.7%), 50원화 8000만원(7.8%), 10원화 4000만원(3.9%) 등으로 나타났다.

화폐 폐기 규모는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올 상반기엔 2년 전(2013년 상반기 1조399억원)과 비교해 무려 7000억원어치나 증가했다. 화폐의 수명과도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다. 1만원권의 평균수명은 통상 100개월(8년4개월)이다. 5000원권은 65개월(5년5개월)이다. 1000원권은 1만원의 절반도 안 되는 40개월(3년4개월)이다. 지난 4월이 새 1만원권이 나온 지 딱 100개월이 되는 시점이다. 현재의 1만원권은 2007년 1월 처음 발행됐다. 100개월의 기대수명이 다함에 따라 지난 하반기부터 낡고 손상된 1만원권이 창구로 모여들고 있다는 얘기다.
사용습관이나 부주의로 인해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교환되는 화폐도 상당했다. 일반인이 화폐손상 사유로 한은에서 직접 교환해 간 액수는 15억8000만원으로 전기 대비 3억원(23.9%) 증가했다. 불에 탄 경우가 4억8000억원(599건), 습기 및 장판 밑 눌림 등이 1억8000만원(904건), 칼질 등에 의해 조각난 경우가 3000만원(326건)에 달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올 상반기 '폐기 화폐' 1조7341억원

올 상반기 '폐기 화폐' 1조7341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