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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시'의 표적이 된 중국내 한국계골프장

'관시'의 표적이 된 중국내 한국계골프장
기습작전을 펼치듯 중국 당국이 한밤중에 공안과 공무원 100여명과 포크레인, 덤프트럭 등 중장비를 동원해 페어웨이가 파헤쳐 놓아 폐쇄된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의 한 골프장. 한국기업이 운영하는 이 골프장은 농지를 불법 전용했다는 이유로 시진핑 정부의 역점사업인 전국 불법, 편법 골프장 정리정돈 조치에 따라 약 400억원대의 재산상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웨이하이(중국 산둥성)=정대균골프전문기자】전날까지 멀쩡했던 골프장이 아침에 출근해보니 페어웨이가 여기저기 파헤쳐져 있다.

가상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달초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페어웨이가 파헤쳐진 골프장은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소재 리솜리조트였다. 시진핑 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국토자원부 주도하에 대대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전국 불법/편법골프장 정리정돈조치'에 따른 것이었다.

이 조치는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골프장을 원래 상태로 복구시킨다는 목적으로 2011년 4월에 그 계획이 처음 발표되었다. 2014년 9월에 국토자원부가 불법·편법 골프장에 구두로 영업정지를 통보했고 그 해 말에는 지방정부별로 퇴출 골프장 및 정리개선 골프장 선별 활동 마감했다. 그리고 지난 3월 30일에 국토자원부가 주무부서인 연합부서 명의로 66곳의 허가취소 골프장 리스트를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6월30일까지 정리정돈 심사를 완료한 뒤 7월 이후에 심사 결과를 토대로 공식 승인 및 폐쇄 조치를 진행된다는 일정을 해당 골프장에 통보했다.

리솜리조트는 정부 당국의 공식 서한을 철석같이 믿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9일 새벽 4시에 공안과 공무원 100명과 포크레인, 덤프트럭 등을 동원해 기습적으로 들어와 골프장을 훼손한 것이다. 한 마디로 폐쇄조치를 한 것이다. 리솜이 정리정돈 대상에 포함된 것은 농지 불법 전용이 이유였다. 리솜리조트는 현재의 오너가 처음부터 개발한 골프장이 아니다. 체류형 리조트골프장으로 만든다는 계획하에 기존 장보고CC를 250억원에 인수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인수 이후에는 계획대로 100억원을 들여 골프텔을 추가로 건설했다. 그런데 이번 조치로 개장도 못해보고 철거되어야할 처지에 놓였다. 정부의 강제 폐쇄조치 이후 리솜은 150여명에 이르는 직원들의 고용계약을 종료했다. 클럽하우스 등 일부 시설물 관리를 위한 최소 인원만 현지에 남겨놓은 상태다. 물론 중국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기 위해 다각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게 현지 분위기다. 리솜리조트의 한 관계자는 "주중 한국 대사관과 중국정부가 현재 보상을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다"며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본지는 지난 3월31일자 '中, 난립한 골프장 개혁 66곳 폐쇄 등 강경 조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골프장의 피해가 예견되므로 그에 대비해야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당초 한국기업이 운영하는 골프장의 경우 국가간의 관계를 감안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오히려 중국기업이 운영하는 골프장의 경우 각종 '관시'를 동원해 적극적으로 방어한 반면 한국기업이 운영하는 골프장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 것이다.

중국 정부가 정리정돈 대상으로 선정해 지난달 발표한 골프장은 총 66개다. 그 중 10개만이 완공돼 영업을 하는 곳이고 나머지는 아예 삽질도 못하고 인허가만 나있는 골프장이다. 폐쇄된 골프장을 지역별로 보면 산둥성이 8개로 가장 많고 랴오닝성, 광둥성이 6개씩으로 그 뒤를 이었다. 중국 정부는 전국 골프장 규범화에 관한 새로운 규정을 마련해 조만간 팔표할 예정이다. 현재 중국에서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골프장은 산둥성 4개를 비롯, 대략 10개 정도로 추산된다. 따라서 한국계 골프장의 피해가 더 늘어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 조치 이전에 피해를 본 사례도 적지않다. 산둥성 룽청시 소재 모 골프장이다. 이 골프장은 1년여전에 80억원에 중국 기업에 매각되었으나 아직 그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둥성 옌타이시에서 한국의 삼능건설이 운영했던 삼능애플시티도 이 조치가 발표되기 이전에 중국 기업에 매각되었으나 매각대금을 절반 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의 잔금도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 골프장 또한 상수원 보호구역에 위치해 있어 정리정돈 대상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조치가 시행되기 전에 매각하므로써 피해를 보지 않은 곳도 있다. BN그룹이 운영했던 BIPCC다. 중국 위고그룹에 매각된 이 골프장은 현재 천안골프장으로 개명돼 운영중이다.
현지에서는 리솜의 기습적 폐쇄조치가 '관시'를 내세운 현지 토호 기업의 공작 때문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중국 당국의 보호를 받지 못한 한국계 골프장의 피해는 더 늘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해당 골프장들의 철저한 단속과 정부 당국의 외교력이 필요한 시기다.

golf@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