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의견 보고서 남발, 신뢰 잃고 경쟁력 약화.. 소형사일수록 더 심각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애널리스트가 사라지고 있다.
국내 증시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바이(Buy.매수)' 보고서를 썼던 애널리스트에 대한 경쟁력이 떨어지고, 시장의 신뢰가 약해지면서 구조조정 1순위로 지목된 영향이 컸다.
14일 금융투자업계와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영업중인 국내 증권사 37곳에서 일하는 애널리스트는 총 972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말 1286명보다 24.4%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말보다는 14명(-0.4%)이 감소했다.
지난 2011년 이후 위탁매매가 줄어드는 등 영업환경 악화로 애널리스트가 구조조정 1순위에 내몰린 탓으로 분석된다.
실제 2010년 3만9264명에 달했던 국내 증권사 임직원은 2015년 3만4809명으로 4455명(11.3%)이 줄었다. 같은 기간 애널리스트도 314명(24.4%)이 줄었다.
임직원 대비 애널리스트 비중을 보더라도 수난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비중은 2008년 3.0%, 2010년 3.3%로 증가한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고, 올해 6월 말 2.8%로 뚝 떨어졌다.
대형사보다는 소형사들이 더 심했다. 애널리스트가 줄 때마다 리서치센터의 보고서 발간 수도 감소했다. 2010년 8만1517건에 달했던 보고서는 2011년 7만8493건으로 3.7% 줄었다. 구조조정이 진행됐던 지난해 발간도 전년 대비 10.9% 감소한 8만2323건에 그쳤다.
그런데도 애널리스트는 과도한 업무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월 평균 5건에 불과했던 애널리스트 1인당 월간 리포트 발간 건수는 지난해 월 7건으로 늘었다.
고질적인 병폐도 여전하다. 국내 애널리스트 보고서에서 '팔라'는 주문을 찾을 수 없는 것. 6월 말 기준 애널리스트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 공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매도' 비중은 0.3%에 불과했다. 반면, '매수' 비중은 85.0%에 달했다.
애널리스트는 매도 대신 다른 방식으로 '파는 게 좋겠다'는 속내를 알리고 있다. 펀드매니저에게 개별적으로 전화를 걸거나 세미나 자리를 통해 의견을 표명하는 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속삭인다'는 의미로 '위스퍼(Whisper)'라고 부른다.
전직 애널리스트 A씨는 "과거에는 메신저를 통해 속내를 전했다. 감시의 눈이 많은 지금은 증거가 남지 않는 전화나 대면 접촉으로 의견을 낸다.
'탐방을 가보니 보유하는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는 식으로 조언한다"고 귀띔했다.
국내 증권사에 비해 외국계 국내법인과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의견 비중은 각각 18.7%, 14.8%였다.
자본시장연구원 김규림 연구원은 "리서치부문의 질적 양적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당국의 역할 뿐만 아니라 리서치 부문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운영과 애널리스트의 자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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