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첫 시즌 프로그램 맡은 세계 공연예술 代母 프리 라이젠
벨기에 출신 예술가 프리 라이젠(65)은 '세계공연예술의 대모'로 통한다. 2013년 유럽에서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인 비엔나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있던 그가 지난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1980년 벨기에 안트베르펜 데 싱겔 극장의 창립감독으로 시작해 1994년 벨기에 쿤스텐 아트페스티벌을 만들어 2006년까지 세계적으로 영향력있는 축제로 끌어올린 그였다. 지난해에는 세계 공연예술의 혁신에 크게 기여한 공으로 유럽 공연예술계의 노벨상 격인 에라스무스상을 수상했다.
오는 9월 4일 광주광역시에 개관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의 시즌 프로그램 '아워 마스터'의 초대 기획자로서 그가 한국에 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동시대 아시아 공연예술의 창·제작 활성화 허브를 목표로 한다. 비엔나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직을 중도 사임한 그를 이곳으로 이끈 동인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시즌 프로그램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프리 라이젠은 "아시아 예술, 그것도 아시아 컨템포러리 예술이라는 키워드가 와닿았다"고 말했다. 비서구 예술을 유럽 무대에 올리는 데 힘써 온 프리 라이젠의 시선이 이곳으로 자연스레 옮겨졌다.
"아시아 예술에 초점을 두는 것은 최초의 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아시아는 너무 서구적인 것에 몰두해 왔어요. 아시아의 쇼비니즘(국수주의)이 아닌 진정한 아시아의 관점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습니다."
비엔나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을 사임한 것에 대해서는 "예술가가 모든 활동의 중심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티켓을 팔기 위해, 지원금을 받기 위해 관객과 정치권의 입맛에 맞추는 식으로 페스티벌이 변질됐다"며 "예술이 누군가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예술은 사회의 병폐를 지적할 수 있어야 해요. 기쁨만을 주는 엔터테인먼트와는 달라요. 동시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겁니다.
"
그런 관점에서 프리 라이젠은 '아워 마스터'를 통해 동시대 공연예술에 변혁을 가져온 다섯 국가의 작가와 작품을 소개한다. 필립 글래스와 로버트 윌슨의 오페라 '해변의 아인슈타인, 4막의 오페라'(미국), 팀 에첼스의 연극 '더티 워크'와 '마지막 탐험'(영국)이 오는 10월과 11월 선보인다. 또 내년 3월부터 5월 사이에는 크리스토프 마탈러의 음악극 '테사 블롬슈테트는 포기하지 않는다'(독일), 히지카타 다쓰미의 '부토 프로젝트'(일본), 윌리엄 켄트리지의 오페라 '율리시즈의 귀환'(남아공)을 무대에 올린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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