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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암살’의 살인죄와 정당행위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암살’의 살인죄와 정당행위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로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고, 밤에는 열대야로 잠도 청하기조차 힘든 한여름의 정점에 있습니다. 때마침, 조국을 잃은 암울한 상황의 답답함으로 잠조차 못 이룬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이 이러한 한여름 무더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암살’은 조국이 사라진 1930년대 한국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분),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조진웅 분), 폭탄 전문가 황덕삼(최덕문 분)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조선주둔군 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강인국(이경영 분)을 암살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드라마입니다.‘암살’은 제목처럼 친일파를 살해하려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합니다. 안옥윤이 자신의 아버지 친일파 강인국을 살해하려는 것과 강인국이 일신의 영달을 위해 자신의 딸 미치코(전지현 분)을 안옥윤으로 알고 살해하는 것 등과 관련해 살인죄와 정당행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암살’의 살인죄와 정당행위
살인죄는 사람을 살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가장 오래된 범죄 중의 하나입니다. 존속살해죄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신분관계로 형이 가중됩니다.배우자는 생존한 법률상 배우자를 의미하므로, 사망한 배우자나 사실혼관계에 있는 배우자는 제외됩니다. 존속살해죄가 가중 처벌되는 것과 달리 직계존속이 직계비속을 살해한 경우에는 형이 가중되지 않고 보통살인죄로만 처벌됩니다.친일파 강인국이 일신의 영달을 위해 자신의 딸 미치코(전지현 분)을 안옥윤으로 알고 살해한 것은 보통살인죄로 처벌될 것입니다. 안옥윤이 자신의 아버지 친일파 강인국을 살해하려고 했으므로 존속살해죄의 예비, 음모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일제강점기 시대의 친일파 처단행위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돼 처벌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암살’의 살인죄와 정당행위
정당행위란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 행위에 해당하면 위법하지 않다고 보아 처벌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법령에 의한 행위는 교도관의 사형집행과 같은 것을 의미하고, 업무로 인한 행위는 성직자의 범죄 불고지 등을 의미합니다.
독립군의 친일파에 대한 암살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 행위에 해당하여 살인죄로 처벌되지 않을 것입니다.다만, 대법원은 김구 선생의 암살범인 안두희를 살해한 사건에서 동기나 목적은 주관적으로 정당성을 가진다고 할지라도 우리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고, 현재 안두희를 살해해야 할 긴박한 상황으로 볼 수 없고, 민족정기를 세우기 위해 안두희를 살해해야 할 필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정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보면서 살인죄를 인정했습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암살’의 살인죄와 정당행위
조국을 잃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친일파 등을 암살하는 작품 속 인물들의 불꽃같은 삶을 보면서, 현대사회에서 자신을 잃고 타인의 시선과 판단에 종속돼 사는 우리들도 개인의 주체적 독립을 위해 내면의 적인 허영심 등을 암살해야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fnstar@fnnews.com fn스타 조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