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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열 예일대 신경생물학과 교수 "신기술 쏟아지는데 법·제도는 과거에 멈춰있어"

스타트업 뉴로게이저 설립
의료·IT융합기술 사업화 폐쇄적 의료정보에 한숨
단기성과에만 치중하는 투자 분위기도 바뀌어야

이대열 예일대 신경생물학과 교수 "신기술 쏟아지는데 법·제도는 과거에 멈춰있어"

"기존의 법이나 규칙을 만들 때는 고려할 수 없었던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고 있는데 여전히 과거 틀에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 뇌 과학자인 이대열 예일대 신경생물학과 교수(사진)는 5일 첨단 뇌과학 연구의 성과를 사업으로 연결한 스타트업(신생벤처) 경영에서 느낀 어려움을 이 한 마디로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술융합시대에 접어든 지금 정책 당국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일반인들이 신기술을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사회.윤리적 문제 등을 고민할 수는 있지만, 특정 집단의 이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사실 이 교수는 현재 단순한 과학자나 교수가 아니다. 이 교수가 지난해 5월 동생 흥열씨와 '뉴로게이저(NEUROGAZER)'라는 스타트업을 설립, 그동안의 뇌 과학 분야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겠다고 나서면서 비즈니스 세계의 한 복판에 서게 된 것이다.

뉴로게이저는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된 뇌 데이터를 분석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예를 들어, 뉴로게이저와 제휴를 맺은 병원에서 MRI로 촬영한 뇌 사진을 가져오면 3D 기술을 통해 실제 뇌 모양으로 만들어 부위별 나이를 측정한다. 학부모의 경우, 자녀의 두뇌 발달 상황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으며, 향후 연령대별로 시스템을 구축해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베타 버전이 나온 상태며, 중소기업청이 운영하고 있는 팁스(TIPS,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사업) 프로그램 선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팁스를 통과하면 약 7억원 정도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현재 정부가 서울 역삼동 일대에 조성 중인 '정보기술(IT) 창업 밸리'인 팁스타운에도 입주하게 된다.

또 최근에는 기술 스타트업 전문 엑셀러레이터(스타트업 보육기관) '퓨처플레이'로 부터 투자를 유치,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이 모든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는 게 이 교수의 후일담이다.

이 교수는 "MRI는 현재 의료기기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연구실에서 특정 연구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민간에서 이를 활용하면 의료행위로 여겨져 관련 법을 어기는게 된다"며 "현재 이 규정에 맞춰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비스로 구현하다보니, 법이 현실과 동떨어지는 부분이 있더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MRI 기기도 이제는 비의료 부분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 외에도 여러 의료관련 스타트업을 준비중인 전문가들은 의료정보라도 IT서비스로 제공될 수 있도록 활용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의료계가 정보를 폐쇄적으로 독점하고 있어 의료와 IT의 융합사업이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투자 유치 과정의 어려움도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인간의 행동과 모든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뇌의 특징을 잘 활용하면 사회 전반적으로 굉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에 확신을 갖고 사업을 시작했다"며 "그러나 이 부분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적 성과물과 투자금 회수 가능성의 확신을 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도 일반 투자자들과 마찬가지 입장을 보이더라는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정부가 민간 투자자와 다르지 않은 것이 이 교수를 더 힘겹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국가에서도 연구개발(R&D) 부분에 있어서 최근에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는 부분이 늘고 있다"며 "손에 당장 잡히는 성과물을 원한다면 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R&D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대신 연구진들은 장기적 비전의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