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업무용 승용차에 대한 과세강화 방침에 수입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일 정부가 내년부터 임직원만 보장하는 보험가입을 의무화하고, 운행일지가 있어야 경비로 인정키로 하는 등 업무용 승용차의 경비처리 요건을 강화키로 하면서 그동안 법인 판매 등을 통해 고성장세를 달려온 수입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개인사업자와 법인이 업무용으로 구입한 수입차는 누적기준으로 2010년 4만5000대에서 지난해에는 7만9000대로 늘어났다. 이 중 상당수가 사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판매된 수입차 가운데 법인의 구매비중은 40.3%로 10대중 4대 꼴이다. 특징은 가격이 높을 수록 법인 구매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차값 2억원 이상 수입차의 법인 대상 판매 비중은 88.2%에 이른다. 럭셔리 자동차의 대명사인 롤스로이스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판매된 32대 가운데 31대가 법인에 팔렸을 정도다. 이외에도 벤틀리(87.4%), 포르쉐(72.8%), 메르세데스-벤츠(58.6%) 등이 법인구매비중이 50%를 웃돈다.
이에 따라 수입차 법인판매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실효성이 있을 지 지켜봐야한다"면서도 "업무용 승용차의 경비처리 요건이 까다로워지면 아무래도 법인판매가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고가 수입차에 한해 제한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슈퍼카, 스포츠카 등 업무용 차량으로 보기힘든 수입차들의 판매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고가의 수입차는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5000만원안팎의 수입차까지 영향을 받을 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한편, 판매 급증세를 보이던 수입차의 기세는 지난달 한풀 꺽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신규등록대수가 전달보다 14.7% 감소한 2만707대로 집계됐다. 지난 6월 월간 최다 판매 기록으로 고공행진하던 수입차의 성장세가 주춤해진 모습이다. 브랜드별 신규등록대수는 메르세데스-벤츠 3976대, BMW 3926대, 폭스바겐 2998대, 아우디 2617대 순이다. 고가의 롤스로이스와 람보르기니도 각각 5대, 3대가 팔렸다.
지난달 수입차의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전달보다 1.6%포인트 상승한 68.9%로 3개월 만에 반등했다. 특히 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30.7%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대에 올라선 것은 지난해 11월 30.7% 이후 8개월 만이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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