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측 지분율 떨어뜨려 日로 가는 배당금 축소
한국롯데 이미지 부각 고용확대 꾸준히 시행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실상 일본 롯데의 지배를 받아왔던 한국 롯데를 분리하기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일본 롯데로부터 분리 추진은 한국 롯데가 설립된 지 40여년 만이다.
11일 신 회장은 서울 소공동 호텔롯데에서 가진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롯데호텔에 대해 일본 계열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할 것"이라고 가장 먼저 밝혔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곳이지만, 일본 측 지분이 무려 99.28%에 달하면서 한국 롯데를 사실상 지배해왔다. 또한 호텔롯데의 지분을 대부분 보유 중인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의 지배권을 두고서 신 회장과 친형인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이 형제 간의 첨예한 경쟁을 해왔다.
신 회장이 완전 독립이라고 표현하진 않았지만, 일본 측 지분 비율을 축소해 장기적으로 일본 롯데의 지배력을 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 개혁해 한국롯데 만든다
올해가 광복 70주년이라는 점에서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의 일본 지배구조 독립 추진은 더욱 의미가 크다. 롯데그룹은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그룹의 상징물인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에 역대 최대 크기 대형 태극기를 다는 등 '한국 롯데'에 대한 이미지 부각에 노력해왔다.
롯데그룹은 이번 형제의 난이 불거지면서 지분구조상 롯데그룹이 일본계 외국기업이라는 공격에서 피할 명분을 찾기 어려워졌다. 이에 일본과의 지분 차단을 통해 이 같은 연결고리를 끊지 않으면 향후 한국에서의 사업이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특히 신 회장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투명성을 높이는 등 개혁을 통해 롯데를 한국기업으로 명확히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 첫걸음으로 호텔롯데가 99.28%에 달하는 일본 롯데 지배력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 회장이 이날 호텔롯데를 상장하겠다고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 롯데에 편중돼 있는 호텔롯데의 지분을 상장해 주주 구성을 다양화해 일본 지분 비중을 낮추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호텔의 기업가치가 상당해 많은 투자자들이 골고루 모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지분율이 떨어지면 대부분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배당금도 감소될 전망이다.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지난 3년간 한국 내 법인으로부터 1400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그동안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이 거셌다. 특히 일본 측 지분이 99.28%인 호텔롯데의 경우 지난 3년간 지급한 배당금은 전체의 절반을 넘는 762억750만원에 달했다.
■'반(反)롯데'정서 해소 추진
신 회장은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비난에 대한 개선책도 함께 내놨다.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의 80% 이상을 연말까지 끊고 중장기적으로 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청년일자리를 포함한 고용확대 정책을 꾸준히 시행하고 사회공헌과 사회적 책임프로그램도 확대해 한국경제에 기여하면서 반 롯데 정서를 희석시키는 데 노력하겠다는 뜻을 신 회장은 밝혔다. 신 회장은 "정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서비스산업이 제2 경제도약의 핵심인 만큼 롯데도 이 분야 강점을 최대한 발휘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에 따라 일본 롯데 회사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투자창구 역할을 성실히 해왔다고 신 회장은 역설했다.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한국에서 발생한 수익은 지속적으로 한국 롯데에 재투자했음에도 조국에 평생 쌓아온 명성과 창업정신이 훼손돼 자식으로서 참담하다"고 아쉬워했다. 또한 일본 롯데에 대한 배당금은 한국 롯데 전체 영업이익의 1.1%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에 대한 지배의 역사는 한.일 외교정상화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에서 사업을 해왔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회장은 한.일 외교정상화 이후 지난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하면서 한국 롯데를 세웠다. 이후 박정희정부는 1972년 호텔롯데 완공에 일본 롯데의 1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되면서 일본 롯데의 지배구조가 만들어져 유지돼 왔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유지하면서 일본 롯데의 지배구조가 굳어졌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