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달 서울시립교향악단 최흥식 대표
"법인화 10년 후 성장통을 겪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성장통을 제대로 겪고 나면 앞으로 10년 후 서울시향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사진)가 지난 11일 취임 한달만에 기자들을 만났다. 쉬운 자리는 아니었다. 불과 10개월 전, 서울시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의 대표가 성추행과 막말을 일삼아 경질되고, 예술감독은 특혜·횡령 논란에 휘말렸다. 사태 수습에 정신이 없는 가운데 대표 자리는 6개월이 넘게 비어 있었다. 박현정 전 대표와 정명훈 감독의 경찰 조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최 대표는 올해로 법인화 10주년을 맞은 서울시향의 조직 안정화은 물론, 전용홀 건립 등 향후 10년을 위한 발판 마련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떠맡았다. 스스로도 조직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신뢰, 배려, 공헌, 열정 등의 단어가 항상 스며들어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경영의 원칙을 세우고, 예술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조직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한국금융연구원 원장과 하나금융연구소 대표이사, 하나금융지주 사장 등을 거친 전문 경영자다. 그는 서울시향을 10년 내 세계 10대 오케스트라로 만들기 위해 우수 단원을 확충하고 부지휘자.객원지휘자 등을 영입, 우수한 지휘자군을 갖출 계획이다. 단원들의 실력이 늘고, 지휘자가 많아져야 공연 기회도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 경험으로 이미 경영 전략에는 도가 텄다. 서울시향은 서툰게 많지만 크지 않은 조직이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해 차차 고쳐나갈 계획"이라며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색깔있는 서울시향을 만들겠다. 공연 기회를 늘리고 연주 실력도 높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또 예술과 경영은 상하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경영이라는 것은 좋은 음악을 위한 충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지원하는 것일 뿐, 그에 앞서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명훈 예술감독과 전용홀 건립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정 감독의 재계약 문제는 다음달 마무리질 계획임을 조심스레 밝혔다.
그는 "2016년 시즌을 대비하려면 올 9월에는 정 감독과의 계약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 정 감독 측과 현재 신중하게 검토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다"며 "전용홀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서울시와 의회 등 이해관계자가 많아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문제다. 추진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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