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셀 코리아
장기투자 자금마저 이탈 中리스크 등 외풍도 심해져
정부선 "위기는 없다" 자신 전문가도 "이탈은 제한적"
북한 리스크까지 고조되면서 외국인 '엑소더스'가 심상치 않다. 최근 3개월 동안에만 외국인은 벌써 4조7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내던졌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외국인의 매도 규모보다 매도 패턴이 과거와 달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자금이 장기 투자자금 성격이 적잖은 데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까지 팔아치우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와 미국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미국계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에 투자했던 자금을 순회수(회수-투자)한 규모는 1074억달러로 집계돼 5개월간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12거래일 연속 외국인 매도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비중(32.1%)은 6년래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확산되면서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본격화된 지난 6월(33.5%) 직후 꾸준히 하향세다.
5월까지만 해도 러브콜을 보내던 외국인은 6월과 7월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조506억원, 1조7998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달에도 벌써 1조9000억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KR투자연구소 이용재 연구원은 "지난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충격에서 벗어나 다소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던 한국 증시는 계속되는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에 대한 우려감에 외국인의 현·선물 매도세에 영향을 받으며 하락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위기의 진원지는 안팎에 있다.
우선 한국 경제의 체력이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3.0%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3.8%로 예상했지만 이번에 0.8%포인트 낮춘 것이다.
수출도 예전 같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6월 수출액이 469억5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8%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수입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3.6% 줄어든 367억달러로 조사됐다. 이로써 수출.수입액은 지난 1월부터 6개월 연속 동반 감소했다.
소비여력도 제한적이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을 넘어서면서 빚 갚는 데 허리가 휠 정도다. 정부는 통화정책(네 차례 금리인하)과 재정정책(12조원 규모 추경)이라는 응급처방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원화값 하락도 걱정이다. 일각에선 단기적으로 원화 약세가 국내 증시에서 환차손 우려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등의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외풍도 심하다. 그리스 사태가 진정되자 이번에는 중국발 위기가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도 길목을 지키고 있다. 시간을 두고 금리를 올린다 하더라도 한국 등 신흥국 자본 유출과 이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주식시장 침체 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북한발 리스크는 한국 증시에 찬물을 부은 격이다.
■추가 자금이탈 가능성 적잖아
정부는 "위기는 없다"고 자신한다. 우선 3715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이 든든한 방어벽이다. 40개월째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면서 달러도 유입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980억달러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예측한다. 외국에 갚아야 할 빚의 질이 나쁘지 않다. '2015년 3월 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총 대외채무에서 차지하는 단기외채 비중은 26.9%로 낮은 편이다.
단기외채 비중은 경상수지.외환보유액과 함께 국가의 대외지급능력을 측정하는 3대 지표로, 그만큼 외환건전성이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도 제한적인 외국인 이탈을 전망한다.
삼성증권 유승민 연구원은 "미국 출구전략과 관련해 위험회피적 매도세는 제한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지난 2009년 이후 미국의 주요한 정책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은 평균적으로 16주간 약 55억4000만달러의 순매도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신영증권 정동휴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일곱 차례 외국인 순매도 기간의 순매도금액 평균이 약 7조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전까지 추가적인 외국인 순매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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