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주가조작사건
코스닥 시장에 또다시 주가조작 혐의가 포착되면서 우리 증시의 구조적 문제점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주가조작 세력에 제도권 금융사들까지 결탁하면서 개인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세조작은 일평균 거래량 5만주 미만, 자본금이 50억~500억원 규모인 소형주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유동성이 큰 종목일수록 시세를 인위적으로 움직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주가조작 세력이 붙은 '작전주'는 별다른 호재 없이도 거래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이도록 유인하기 위한 것이다.
■제도권 금융사까지 가담
하지만 최근 개미들이 예상외로 덜 모이거나 주가가 오르지 않을 때는 펀드매니저나 기관투자가를 동원한다. 이들로 하여금 주식을 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마지막 단계에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한 후 미처 털지 못한 물량을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에서 받아주는 것이다.또 금융당국의 조사를 피하는 한편 안전하게 시세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도 제도권 금융사들을 세력으로 가담시키려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 주가조작 세력과 결탁한 브로커들은 수억원의 뒷돈을 받고 증권사·운용사 등의 직원을 알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작전세력은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거나 상장한 회사를 찾아가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를 몇 배로 뛰어 차익을 보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피라미드 형태로 주식 되팔기를 계속해 주가를 띄우고 엄청난 이득을 취한다. 그 과정에서 증권사 브로커와 이들과 결탁한 제도권 금융사 직원들이 고유의 업무를 통해 세력을 돕고 반대급부를 챙기는 것이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특별한 이유나 재료 없이 거래량이 급증하는 종목 △회전율이 높은 종목 △종가 부근에서 주문이 크게 쌓여 주가가 일정수준 이하로 밀리지 않도록 받치는 종목 △매수창구가 몇개에 집중되는 종목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회사 사장이나 대주주가 사전에 작전세력이 시세조종을 한다는 것을 알아도 이를 묵인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작전세력과 결탁해 적극적으로 시세조종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공시제도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가조작 세력 "꼼짝마"
주식시장에서 암암리에 이뤄지는 주가조작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물론 검찰도 발벗고 나섰다. 자본시장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거나 계획적으로 주가를 움직여 부당이득을 챙기는 세력을 뿌리뽑겠다는 의미다.
실제 최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주식시장 상장사 5개 종목에 대해 시세조종 및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를 한 혐의로 시세조종 전문가 등 14명을 수사기관에 통보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물론 검찰도 주가조작 혐의자 추적에 나서고 있다. 최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은 전직 증권사 직원으로 주가 조작에 가담한 금융 브로커로부터 1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모 증권사 임원 A씨를 구속하고, A씨와 결탁한 것으로 보이는 자산운용사 간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주가조작 세력이 국내 증권사, 자산운용사, 외국계 투자은행(IB) 지점 등의 직원에게 주가 조작 대상인 코스닥 주식을 블록딜(대규모 거래)로 사달라고 요청하고, 대가로 수억원을 건넨 혐의를 수사 중이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