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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인터뷰①] ‘여자를 울려’ 김정은 “엄마 이야기, 웬만한 것 다 무찌를 수 있다”

[fn★인터뷰①] ‘여자를 울려’ 김정은 “엄마 이야기, 웬만한 것 다 무찌를 수 있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 ‘연인’ 등에서 김정은은 사랑스러운 역할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울랄라 부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에서는 연기자로서 한 단계 도약했다. 그런 그가 오랜 공백기를 깨고 선택한 것은 전직 형사 출신 밥집 아줌마였다.지난 8월 30일 종영한 드라마 ‘여자를 울려’는 아들을 잃은 한 여자가 자신의 삶을 꿋꿋이 살아가는 과정과 그를 둘러싼 재벌가 집안 사람들의 사랑과 갈등, 용서를 그린 드라마다. 극중 김정은은 푸근한 이미지를 주는 밥집 아줌마와 투박하고 우악스러운 형사 출신. 두 가지를 함께 연기해냈다.남편에게 무시당하고,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예쁘지 않은 밥집 아줌마 역할을 한다는 것은 여배우로서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자식을 잃은 섬세한 감정 연기와 액션 연기까지 제대로 해낸 김정은은 여배우의 한계를 하나씩 지워나가며 배우로서 자리매김했다는 평을 들었다. 그리고 그의 도전은 시청률로도 증명해 냈다. ‘여자를 울려’는 방송 내내 주말극 1위를 차지했으며, 마지막 회 시청률은 25.5%(닐슨 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많은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일반적으로 20부 안으로 마무리되는 미니시리즈와 달리 주말극 ‘여자를 울려’는 40부작의 긴 호흡을 가진 작품이었기 때문에 김정은은 단거리가 아닌 마라톤을 뛰듯 우직하게 캐릭터에 스며들었다. ‘여자를 울려’ 종방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6개월 동안 정덕인으로 살았던 김정은에게 배역에 대한 애정을 엿들을 수 있었다.“‘여자를 울려’는 밥집 아줌마 이야기예요. 그래서 저는 촬영장에서도 아줌마답게 산 같은 존재로 버티고 있어야 했죠. 40대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은 기혼 아니면 미혼 둘 중 하나인데, 미혼이면 커리어우먼이나 늙은 노처녀 역할을 해야 해요. 이 나이 또래의 평범한 여자라면 아이가 있을 것이고, 엄마가 된다면 훨씬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스토리텔링할 수 있기 때문에 미혼과 기혼은 비교를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아줌마와 엄마 이야기는 웬만한 이야기를 무찌를 수 있죠.”정덕인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설정 중 가장 시청자를 울렸던 부분은 온전치 않았던 자식이 불의의 사고로 먼저 세상을 뜬 것이다. 이 사고가 자신이 사랑하는 진우(송창의 분)의 자식인 윤서(한종영 분)의 잘못 때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덕인은 짐승처럼 울부짖었었다.“극중 제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오열하는 연기를 하는데, 아무 방패막이 없이 돌직구로 연기하는 기분이었어요. 이 장면에서 정신줄을 놓고 연기를 해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을까’라는 공포감이 있었죠. 그때 감독님이 ‘네 뒤에는 전국의 엄마가 있다’라며 격려해주셨고 두려움을 걷어냈죠. ‘나는 아이를 떠나보낸 엄마다’라고 몇 번이나 되뇌고 들어가서 쏟아냈어요. 연기를 하다보면 자신을 버리고 연기에 빠져드는 단계가 있는데,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엄마는 위대한 것 같아요. 제가 엄마 역할을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알수 있었을까요.”
[fn★인터뷰①] ‘여자를 울려’ 김정은 “엄마 이야기, 웬만한 것 다 무찌를 수 있다”
또한 김정은은 '여자를 울려'를 통해 제대로 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단순히 주먹만 사용하는 액션이 아니라 냄비 등 소품을 이용해 정덕인만의 생활형 액션 신을 선보였고, 전갈처럼 다리를 뒤로 찢어 상대를 걷어차는 등 다양한 액션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저 자랑해도 돼요?(웃음) 액션 신은 연습을 정말 많이 했는데, 무술 감독님도 제게 합도 빨리 외우고 액션에 소질 있다고 칭찬 하셨어요. 감독님은 ‘박수칠 때 그만해’라고 하셨는데, 저는 계속 액션 신을 하고 싶더라고요. 제가 저보다 훨씬 큰 남자들을 힘으로 제압하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 여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것 같아요. 언제나 남자가 문제를 해결하고 남자가 여자를 지켜주는 기사 역할을 하는데, 이번에는 바뀌어서 제가 송창의 씨를 구해주는 역할이었거든요. 재밌었던 설정이었죠.”김정은은 25년 동안 성공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걸어왔지만, 과거의 것을 자꾸 들여다보는 과거의 사람이 아닌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겠다는 김정은의 말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그의 미래가 보인다.“저는 과거의 일은 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자꾸 쌓이는 것은 사실 계속 버려줘야 해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이 제가 저를 전부 안다고 자부하면 안된다는 거예요. 저는 이미 저에 대해 객관성을 잃었고, 제 시선은 제한되어 있죠. 경마말에 눈가리개를 씌우는 것처럼 옆을 못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감독님 같이 제 좋은 점을 뽑아내려는 제3자가 어떤 점을 제시해준다면 쉽게 인정하고 장님처럼 손을 붙잡고 가는 편이에요. 연차가 쌓이면 쓸데없는 고집이 생기는데 그게 참 무서운 것 같아요. 저만 모르고 있다고 생각해봐요. 제 생각이 주류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게 저 혼자만의 생각이었다면 얼마나 무서울까요?”한편 김정은은 ‘여자를 울려’에서 호흡을 맞췄던 전 스태프들과 함께 베트남 다낭으로 포상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 2편에서 계속 ([fn★인터뷰②] ‘여자를 울려’ 김정은, ‘로코여왕’에서 ‘용서의 아이콘’으로)/fnstar@fnnews.com fn스타 이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