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의 정당성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40%가 넘어설 '나라빚'을 놓고 질타가 이어졌다.
이와 함께 잠재성장률 하락과 수출 부진,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 등을 놓고 정부의 철저한 대책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 1000조원이 훌쩍 넘고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노동개혁 놓고 '날선 비판'
"한국 경제 어렵다. 희망이 없다. 미래도 어둡다. 기재부가 추진하는 (유연한 해고 등이 담긴)노동개혁안을 놓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부총리는 미안한 생각이 없느냐."(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공정한 해고를 한다는 것이다. 노사정과 대화를 통해 해결할 것이다."(최 부총리)
"(국민들에게)미안하다는 말을 정말 못하겠느냐."(홍종학 의원)
"최선을 다하고 있다."(최 부총리)
시작부터 팽팽했다.
4개월간 평행선을 달리던 노사정 회의가 전날 대타협에 합의한 가운데 이날 기재부에 대한 국감은 초반부터 정부의 노동개혁안을 놓고 의원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의원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평균 근속기간(2014년)은 남·녀 합계 5.6년으로 OECD 13개 회원국 중 가장 낮다. 1년 미만 단기근속자 비율 역시 35.5%로 1위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6.5%다.
반면 10년 이상 같은 직장을 다닌 장기근속자 비율은 18.1%로 가장 낮다. OECD 평균은 36.4%, 장기근속자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는 46.6%다. 올해 OECD 고용전망은 우리나라의 임금 불평등이 가장 낮다고 분석했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성장률 기여도가 큰 취업자수가 감소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특히 청년 고용이 급격히 하락하는 등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데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전반적으론 그렇지 않다"면서 "고용창출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노동개혁이 그것"이라고 답변했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의 노동개혁안에 대해 "핵심은 '해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라며 혹평했다. 김 의원은 또 "공무원 등을 제외하면 60세까지 (회사에서)살아날 사람이 별로 없는데 임금피크제 도입은 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데는 임금피크제보다 노동시장피크제가 효과적이란 아이디어도 나왔다.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법으론 주 40시간 노동제가 실시되고 있고 1일 최대 12시간까지만 연장근로가 허용되지만 정부는 행정해석으로 토·일요일 노동을 연장근로에서 제외하는 바람에 68시간까지 일하고 있다"면서 "당연히 3명이 해야 할 일을 2명이 하는 나라에서 청년들이 취직될 리가 없다. 근로시간 줄이기와 일자리 나누기에 기반한 세법과 노동법 재설계로 (정책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증하는 국가·가계 부채 우려, '한목소리'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6년 예산안에 따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내년에 40.1%로 사상 처음 40%를 넘어선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감 모두발언에서 "최근 확장적 재정운용 등에 따라 재정건전성이 다소 악화됐다"면서 "채무 수준과 증가속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지만 안심하기에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38.5%로 전년(35.9%)보다 2.6%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관리재정수지 누적적자는 167조원으로 예상된다"며 "참여정부의 관리재정수지 누적적자는 10조9000억원 수준이었지만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최 부총리는 '국회 재정파탄대책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재정 책임자로서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면서도 "절대 금액보다는 GDP 대비 비중으로 바꿔 종합적으로 봐야한다"고 맞받았다.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 역시 "내년 국가채무가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GDP 대비 40%를 넘어설 것"이라며 "이를 넘으면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도 경고를 하지 않나"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GDP 대비 40%는 금융위기 직전 기준"이라면서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부채가 100%를 넘는다"며 즉답을 피했다.
박맹우 새누리당 의원은 채무 증가속도에 대해 질타했다. 박 의원은 "경제팀 출범 당시에는 국가부채를 GDP 대비 30% 후반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은 공공부문 부채까지 합치면 60%를 훨씬 넘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0년 이후 5년간 부채는 우리나라가 12%, OECD 평균은 약 8% 수준으로 증가했다. 앞으로 저성장 국면에서 복지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면 부채 증가속도는 더욱 가파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빚더미 경제'라고 혹평하며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 마련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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