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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잇단 출사표.. 물류 과당 경쟁 재현되나

신세계이마트·동원그룹 등 동부익스프레스 입찰 눈독
물류비, 매출로 전환 매력

지난 16일 동부익스프레스 본입찰에 현대백화점그룹이 단독 참여하면서 대기업의 물류자회사 설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류 고도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와 비용절감이 유통 및 각종 제조업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물류사업 진출에 대한 관심이 쏠린 것.

앞서 동부익스프레스 예비입찰에 물류업계 1위 CJ대한통운 외에 물류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은 신세계이마트와 한국타이어, 동원그룹 등이 참여했다. 물류업계에서도 이들 기업을 두고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물류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로 여기기 시작했다.

20일 물류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물류자회사가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지만 전자상거래의 발전과 함께 물류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면서 "최근 계열사의 물류기능을 통합해 계열사로 독립하거나 M&A 대상을 물색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물류자회사는 물류비를 비용이 아닌 매출로 바꿀 수 있어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특히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에 나선 현대백화점은 로젠택배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설도 전해진다. 백화점, 홈쇼핑, 식자재회사 등을 보유한 현대백화점그룹은 그간 협력하던 현대로지스틱스가 롯데그룹(지분 35%)로 넘어가면서 물류자회사를 통한 물류 효율성 제고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2013년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PE에 인수된 로젠택배는 단단한 지역 네트워크를 보유해 현금창출 능력이 뛰어나다. 베어링PE 역시 인수한지 2년 가량이 지나 매각을 통한 수익창출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농협택배 진출설 등 업계에 신규 택배사업자 진출설이 나돌 때마다 로젠택배의 이름이 단골손님 처럼 등장하고 있다.

한편 대기업의 물류자회사 설립을 두고, 2000년대 초반 물류기업 설립 열풍이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00년 삼성물산에서 설립한 HTH(삼성택배)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2006년 CJ GLS에 매각했다. 신세계그룹역시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세덱스) 등 물류 자회사를 두고 있었지만 2008년에 한진에 매각한 바 있다. CJ대한통운 역시 2008년 금호그룹이 인수했지만, 그룹의 경영위기로 3년만에 CJ그룹에 재매각했다.

이에 대해 또다른 물류 전문가는 "당시 대기업계 물류회사의 난립으로 택배시장 과당 경쟁 등 부작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무리한 사업진출은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어 물류업계에 대한 이해와 함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