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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틀을 바꾸자] (2·③) 두번 실패 끝에 재기 성공한 조용호 라플라스 대표

투자자 갑작스런 변심에 사기꾼 전락했던 첫실패
사업 핵심은 콘텐츠지만 역시 가장 어려운건 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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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틀을 바꾸자] (2·③) 두번 실패 끝에 재기 성공한 조용호 라플라스 대표

"재창업의 기본은 단연 콘텐츠입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법무, 세무, 투자, 마케팅 등에 대한 이해 또한 중요합니다. 전문가의 멘토링과 창업자간의 네트워킹, 자금 확보가 새로운 출발에 가장 큰 도움이 됐습니다."

두 번의 뼈저린 실패 끝에 성공가도에 올라선 라플라스 조용호 대표(34·사진)는 결국 재기의 핵심이 '노하우'와 '펀딩'에 있다고 강조했다. 물고기를 쥐어주기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스스로 체득할 수 있도록, 물고기를 잡는 도구를 낚시꾼이 직접 꾸려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2011년 컴퓨터 그래픽 및 프로그래밍 개발회사를 운영하다 한 차례 폐업을 경험했다. 여행 전용 가방이라는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야심차게 업종을 전환, 라플라스를 설립해 승승장구하나 했지만 투자 철회 등을 겪으면서 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는 "투자, 마케팅은 물론 창업 생태계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게 가장 큰 패인이었다"며 "투자유치를 결정짓고 난 뒤 자금을 끌어다 제품생산을 강행하고 유통업체와 납품계약까지 체결했는데 투자자가 갑작스럽게 철회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사기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투자자의 생리를 잘 알았더라면 지금보다는 행복한 그림이 그려졌을 것이라고 조 대표는 전했다. 그는 "밴처캐피탈 등이 투자심사에 대해 투명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창업자에게는 말해주지 않는 뒷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벤처기업협회, 서울시 청년창업센터, 창업진흥원 등이 제공하는 재창업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했다. 각종 창업경진대회에 나가 연이어 수상하면서 사업 가능성도 확인했다. 그는 "교육, 멘토링 등을 통해 밴처캐피탈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동료 스타트업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아이디어 공유 등 상호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자칫 회사를 큰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법무나 세무 관련 상담 역시 큰 도움이 됐다고 조 대표는 전했다.

그러나 자금 측면에서는 정부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지원금은 규모가 작고 사무실 등 현물로 제공되는 경우가 잦은 데다 대부분 시제품 개발, 마케팅 등으로 용도가 제한돼 마음놓고 쓸 수 없어 회사 운영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민간시장에서 재창업 기업이 자금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자금 확보야말로 재창업의 가장 큰 걸림돌인 셈이다. 조 대표는 "재창업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한 차례 대출을 받았던 이들이 낮은 신용도 등으로 두 번째 기회를 쉽게 얻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라플라스는 창업경진대회 수상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등 2여년간의 준비를 거쳐 올 6월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첫 초도 물량 1200개는 두 달만에 완판됐다.
최근 스위스, 독일에서 수출 계약을 맺었으며 조만간 일본, 미국과의 계약도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대표는 "샘소나이트를 위협하는 가방 브랜드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며 "각종 지원에서 벗어나 스스로 성장해 나가야 하는 시기인 만큼 매출 확대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패를 딛고 일어서려는 창업자를 위한 조언으로 그는 "대표의 역할은 네트워크를 만들고 기회를 찾아가는 것"이라면서도 "무기가 될 콘텐츠를 탄탄하게 만들되 정부지원책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