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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시대 생애주기별 재테크] (9) 상속 준비는 어떻게

덜 내는 稅테크 시대.. 상속 vs. 증여 선택은 필수
빠를수록 좋은 사전증여, 활용 잘 못하면 毒
건물 상속땐 월세보다 전세가 稅부담 적어

[초저금리시대 생애주기별 재테크] (9) 상속 준비는 어떻게

#. 대기업 임원을 지내고 퇴임후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60)는 최근 제대한 아들 때문에 고민이 깊다. 대학교 졸업반인 아들이 졸업 후 개인 사업을 해보고 싶다며 식당을 담보로 대출을 부탁한 것이다. 아들의 의욕이 크고 어차피 언제가는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줄 계획이었던 터라 상속세도 덜겠다는 생각에 응할 마음이 들다가도 향후 자신의 유고시를 대비해 최소한의 재산은 남겨놔야 하는게 아니냐는 생각에 결정을 못하고 있다.

수년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보다 더 많이 받는다' 보다는 '보다 덜 낸다'는 세(稅)테크가 재테크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상속세 절세는 이제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 재테크가 됐다.

■사전증여.종신보험 대표적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속세는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1억원 이하는 10%, 5억원 이하는 20%, 10억원 이하는 30%, 30억원 이하는 40%, 30억원 이상이면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상속 규모가 많아질수록 상속세 부담도 커지게 되며, 상속세는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상속을 받은 후에 현금자산이 없어 곤란해지는 경우도 있다.

상속세 절세 방법으로는 크게 상속자산 규모를 줄이는 것과 예상되는 상속세 납부 재원을 확보하는 것 두 가지가 꼽힌다. 대표적인 게 상속자산을 미리 나눠주는 사전증여와 종신보험이다.

사전 증여는 사망 시점에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 줄어서 상속세 절감이 가능하다. 증여에 따른 증여세를 내야 하지만 증여세는 받는 사람을 중심으로 건별 과세하기 때문에 잘 이용하면 세율을 낮출 수 있다.

■상속 vs. 증여, 시점이 중요

특히 전문가들은 상속과 증여 사이에서 가장 적합한 시점을 찾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 시점으로부터 과거 10년 내에 증여받은 재산은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된다. 따라서 사전증여를 하려면 되도록 빠른 것이 좋다.

하지만 이른 증여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미리 증여했다가 자칫 자식에게 빚이 쌓이면서 피땀 흘려 일궈낸 결실을 고스란히 날려버리는 악몽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부동산 상속과 증여 관련 절차를 밟으려면 최소 1년의 기간은 잡아야 한다"면서 "세금을 아껴보려는 생각에 너무 이르게 자식에게 증여를 했다가 그대로 날려버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물 상속시에는 월세보다는 전세가 유리하다. 임대중인 부동산을 상속받으면 상속인이 반환해야 할 보증금은 피상속인의 부채로 보아 상속세 계산시 공제해 준다. 때문에 월세 비중을 줄이고 보증금을 많이 받는다면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시가 10억원짜리 건물을 임대했을때 보증금 4억원에 월세 200만원을 받았다면 상속시 4억원을 공제받지만 보증금 1억원에 월세 700만원을 받았다면 1억원만 공제된다.

■종신보험 수익자 지정 중요

종신보험은 상속세를 납부할 재원을 만들어 주는데 좋은 방법이다. 상속세는 상속 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로부터 6개월 내 현금납부가 원칙이다. 때문에 자금이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묶여 있으면 상속이 개시됐을 때 많은 재산을 헐값으로 처분하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피상속인이 계속 납부해서 사망보험금이 나왔다면 상속재산에 포함될 수도 있다. 종신보험의 계약자와 수익자를 배우자나 자녀 등으로 해두고, 임대 수익이 나오는 부동산을 증여해서 그 수익으로 보험료를 납입하게 해두면 세 부담도 줄이면서 상속세 납부 재원도 마련할 수 있다.

은퇴후 경기도 여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모씨(75)는 10여년 전 종신보험에 가입하면서 피보험자를 아들, 그리고 수익자를 손자로 지정했다. 향후 본인 유고시 상속세는 아들이 내는 대신 사망보험금에 대한 세금은 한번만 내면 된다.

이씨는 "보험상담을 하면서 상속세를 덜내기 위해서는 피보험자와 수익자를 나눠서 가입하는게 좋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나중에 내가 죽게 되면 나오는 상속재산에는 사망보험금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절세를 받을 수 있다고 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험업계에서는 한동안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은퇴 및 상속자금을 마련해 주는 이른바 'CEO플랜'이 크게 유행했다.
별도의 퇴직금이 없는 중소기업 CEO 특성상 정관 변경을 통해 회사의 자금으로 보험에 가입한 뒤 CEO를 수익자로 지정하는 것이다. 보험금은 주로 가업승계를 위한 상속세 납부 용도로 쓰이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자산보다 담보로 설정돼 있는 실물자산이 더 많아서 경영주가 사망하는 경우에는 담보로 설정된 재산이나 주식 등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게 될 수 있다"면서 "CEO플랜의 경우 상속이 발생했을 때 현금화가 쉬워 상속세 재원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