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원전사고·참전 여성 등 인터뷰 통해 다큐멘터리식 산문 완성
한림원 "우리 시대의 고통·용기 기록한 기념비적인 작품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7·사진)는 소비에트연방이었던 벨라루스의 여성 작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전부터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다.
언론인 출신인 그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다큐멘터리식 산문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왔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경험한 사람들의 증언을 담은 '체르노빌의 목소리:미래의 연대기'와 전 세계에서 200만부 넘게 팔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대표작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다성음악과도 같은 그의 저술들은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기록한 기념비들"이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알렉시예비치는 벨라루스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스타니슬라프(현 이바노-프란코프스크)가 그의 고향이다. 파견근무를 나간 아버지를 따라 우크라이나에서 살다가 아버지의 복무기간이 끝난 뒤 벨라루스로 돌아왔다.
알렉시예비치는 벨라루스국립대 언론학과를 졸업한 뒤 지방과 중앙 신문사, 잡지사 등에서 일했다. 창작을 시작한 건 그가 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하던 1975년부터였다.
1983년 그의 첫 작품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완성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소련 여성들의 고통과 슬픔을 그린 이 작품은 출판되기까지 2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반전론에 동조한 데다 참전 여성들을 찬송하는 대신 그들의 아픔과 고뇌에 주목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영웅적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그러나 소련 공산당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 정책이 시작되면서 책이 출간됐고 큰 인기를 얻었다. 아이들 시선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실상을 소개한 '마지막 증인들'도 같은 해 출간됐다.
4년 뒤에는 러시아가 벌였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범죄적 실상을 다룬 '아연(亞鉛) 소년들'이 출간됐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작가는 4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살아있는 참전용사와 숨진 군인 가족 등을 인터뷰한 것은 물론 아프가니스탄을 직접 찾아가 취재했다. 전쟁의 진실을 파헤친 걸작이라는 찬사와 함께 영웅적 전쟁의 명분을 실추시켰다는 비판을 함께 받으며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1992년 알렉시예비치는 신화화되고 영웅시되던 전쟁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재판까지 받게 됐다. 그러나 민주 진영과 해외 저명 지식인들의 구명운동을 통해 재판은 '해피엔딩'으로 종결됐다.
이듬해에는 사회주의 체제 붕괴와 자본주의로의 이행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 이야기를 다룬 '죽음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을 출간했다.
또 1997년에는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의 후유증을 다룬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잇따라 출간하며 작가로서 최전성기를 맞았다.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재단의 최고정치서적상, 국제헤르더상,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평화상, 전미비평가협회상 등 수많은 국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인 '체르노빌의 목소리:미래의 연대기'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도서출판 새잎과 문학동네를 통해 국내에도 번역·출간됐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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