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 바람을 쉼표 삼아 우리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되는 요즘, 따뜻한 감성을 지닌 설치조각가 김병진(41)과 위트 있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동양화가 이영지(40)의 2인전 '반복(Repetition)'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에프앤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반복'은 두 작가의 끊임없는 표현을 통해 전혀 색다른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전시다. 반복을 통해 이영지는 손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빠른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김병진은 일상의 모든 것들을 소재로 표현하려는 열정과 노동집약적 형태의 반복적이고 수공업적인 예술 행위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화판 위 소소한 희로애락 동양화가 이영지 '소리없이 그대 곁에'
동양화가 이영지는 나무와 새 등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자연의 풍성함과 세밀함, 그리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전달한다. 작은 점에서 시작하듯 나무의 잎사귀 하나하나 반복적이고 섬세한 표현으로 그 존재감을 나타낸다. 이번 전시에 풀품된 작품들에선 다양하게 표현된 많은 나무들을 볼 수 있는데, 장지에 표현된 단 한 그루 나무에 있는 이파리들의 색채, 분위기, 여백, 조화를 통해 기쁨, 슬픔, 사랑, 외로움 등 다양한 감정의 삶을 집중력 있게 표현했다.
서정적인 감성과 첫사랑의 풋풋함까지 느끼게 해주는 신비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그녀의 작품은 여러 겹의 장지 위에 천연 분채와 아교를 섞어 여러 겹 덧칠해서 오래된 느낌의 나무에 이파리 하나하나를 반복적이고, 세밀하게 표현함으로써 대중들에게 무심코 지나치는 수많은 소중한 것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메마른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공간에 일상을 조각하다 설치조각가 김병진 'Balloon-Hope'
김병진의 작품은 동물, 하트, 과일 등 일상적이고 친근한 소재로 대중에게 쉽게 다가간다. 그의 작품은 서로 다른 상반된 요소들이 교차하여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다. 그는 "모든 사물을 작품으로 생각하고 자연에서부터 사물까지 모든 것이 나의 작업의 과정"이라며 "작품에 대한 영감 또한 일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얻는다"고 설명했다.
김병진의 작품은 금속을 이용해 LOVE 등 특정 단어나 명품 로고 등을 용접하고 붙여 반복적으로 응집하여 조형을 이룬다. 새로운 공간 속에서 금속이 주는 차가움보다는 전체적인 친숙함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그의 작품은 다양한 미감을 실험하면서도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교차점을 찾으려는 끊임없는 노력의 소산이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콘래드호텔 등 여러 미술관과 기업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오는 12월 미국 뉴욕과 마이애미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전시는 11월 21일까지. (02)725-7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