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가을 음악 축제 '2015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이하 GMF)이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양일간 서울 방이동 올림픽 공원에서 개최됐다. 지난 2007년 시작한 GMF는 올해 9회를 맞으며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섰다. 그동안 GMF는 도심 한 가운데서 자연과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국내 대표 음악 페스티벌로 자리매김 해왔다.특히 올해에는 민트페이퍼의 인기 기획 공연인 live ICON 등 여러 우수 브랜드 공연을 초청했으며, 공식 스테이지를 4개로 축소시키며 아티스트의 세대교체를 이뤘다. 뿐만 아니라 플레이존, 참여 이벤트, 포토존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며 축제의 장을 펼쳤다.
네 마당으로 펼쳐진 GMF의 둘째 날을 살펴봤다.
# 가을 감성 가득 ‘러빙 포레스트 가든’수변무대에서 이뤄진 ‘러빙 포레스트 가든’에는 정재원을 시작으로 스웨덴세탁소, 빌리어코스티, 이지형, 옥상달빛, 가을방학, 에피톤 프로젝트가 함께 하며 관객들의 가을 감성을 가득 채워줬다. 88호수의 잔잔한 정취와 어우러지는 이들의 서정적인 노래는 다가온 가을을 만끽하며 가을 방학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특히 처음 GMF에 참여한 스웨덴세탁소는 본인들의 이름이 적힌 분홍 풍선에 감동해 오히려 관객들의 사진을 찍으며 GMF 첫 출연을 즐겼다. ‘답답한 새벽’, ‘우리가 있던 시간’, ‘그래도 나 사랑하지’ 등을 부르며 관객들을 힐링하게 만들었고, ‘흩어진다’를 피쳐링한 레터플로우가 등장해 ‘흩어진다’를 비롯해 정기고와 함께 했던 ‘목소리’를 대신 열창했다.또한 이들은 “한 번도 다녀오지 못했던 스웨덴에 다녀왔다. 그런데 돈은 좀 많이 있어야 한다”라며 쉬는 시간 동안의 일화를 공개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스웨덴세탁소 노래 중 유일하게 박수 칠 수 있는 노래인 ‘와이 알 유 소 큐트(Why Are You So Cute)’를 열창했으며, 무대를 마친 그들은 관객들에게 “박자 감각이 역대급이다. 메트로놈인줄 알았다”며 관객들과 호흡을 자랑했다.
# 나만 알고 싶은 작은 카페 ‘카페 블로썸 하우스’한얼광장의 ‘카페 블로썸 하우스’에서는 보이즈 인더 키친, 호소, 치즈, 어쿠루브, 김사월X김해원, 프롬, 하비누아주, 안녕하신가영 등 신인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해 매년 비슷했던 출연자와 셋 리스트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더했다. 이들은 무대 이름처럼 실제 카페에서 이뤄진 공연처럼 아늑하고 나만을 위한 공연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처음 GMF에 출연한 치즈는 ‘마들렌러브’, ‘일기예보’, ‘피노키오’, ‘조별과제’, ‘망고’ 등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열정적인 키보드와 색소폰을 연주하며 재즈바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어쿠르브는 ‘너가 떠나고’, ‘사랑 노래 같은 이별 노래’, ‘하고 싶은 말’, ‘그게 뭐라고’ 등을 불렀으며, 비교적 가장 공연장 출입이 쉬웠던 공연장임에도 불구하고 객석에 그들의 팬들로 가득 채우며 아이돌급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 대세부터 20년 만의 컴백공연까지 즐겨! ‘클럽 미드나잇 선셋’실내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이뤄진 ‘클럽 미드나잇 선셋’에서는 파라솔, 라이프 앤 타임, 혁오, 삐삐밴드, 솔루션스, 글렌체크, 칵스 등이 출연했다.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 도전’ 출연 이후 대세로 떠오른 조용한 밴드 혁오와 2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삐삐밴드의 컴백 공연까지 펼쳐졌다.특히 민트페이퍼 만의 인기 브랜드 공연인 ‘라이브 아이콘(live ICON)’의 여섯 번째 공연이 펼쳐졌다. 대결 구도로 진행된 이 공연에는 칵스와 글렌체크, 솔루션스가 참여했으며, 예전부터 협업해왔던 혁오, 파라솔, 라이프 앤 타임이 함께 모여 기획한 공연 ‘바트(BATT)’를 선보이며 시너지를 발산했다.
# 대형 인디가수들의 파티장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드넓은 88잔디마당에서 가장 많은 관객들을 수용한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에서는 소란의 무대를 시작으로 짙은, 정엽, 페퍼톤스, 십센치(10cm), 장기하와 얼굴들 등 같은 대형(?) 인디가수들이 무대를 꽉 채웠다.정엽은 ‘Nothing better’ 등으로 감미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만 갑작스럽게 전투기 2대가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바람에 음악 감상을 방해하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후 정엽은 “내가 준비한 축하쇼였다. 시간 맞춰서 지나가 달라고 했는데 조금 늦게 출발했나보다”라며 센스있게 대처했지만 아쉬운 상황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본격적으로 어두워진 야외무대는 조명과 함께 가을 밤 분위기를 로맨틱하게 만들었다. 십센치는 ‘국민송’이라 부를 수 있는 ‘아메리카노’를 시원하게 부르며 나타났다. 이어 하늘에 뜬 초승달과 어우러진 ‘뷰티풀 문(beautiful moon)’, ‘안아줘요’, ‘토닥토닥’, ‘비밀연애’, '10월의 날씨’, ‘스토커’ 등으로 감성을 자극하며 쌀쌀한 가을밤을 따뜻하게 만들기도 했고, 재기발랄한 ‘아프리카 청춘이다’,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쓰담쓰담’ 등으로 열정적인 분위기를 만들며 관객들을 쥐락펴락했다. 이에 관객들은 떼창으로 분위기를 함께 이끌었고 십센치는 “땡큐”를 연발하며 화답했으며 셀카봉으로 관객과 소통하기도 했다.이날 십센치는 "2010년 우리가 처음 GMF 출연했을 때는 수변무대 이른 시간 대였는데, 이번엔 민트 스테이지의 거의 끝을 차지하게 됐다. 내년이 GMF 10주년인라 십센치가 나와야 할 것 같다”며 내년을 기약하게 만들었다.또한 아티스트들끼리의 친분도 눈길을 끌었다. 십센치는 자신들의 공연 도중에 갑자기 데이브레이크의 앨범 홍보를 하는가 하면, 전날 공연했던 데이브레이크의 이원석은 현장을 직접 찾아 SNS에 십센치 공연 모습을 찍어 공유하는 등 서로에 대한 우정을 뽐내기도 해 음악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마지막으로 십센치는 앵콜곡으로 19금 노래인 ‘킹스타’를 선곡해 객석에 불을 지피고 떠났다.
사진=김현우 기자
헤드라이너로 등장한 장기하와 얼굴들은 ‘싸구려 커피’로 포문을 열었으며 ‘정말 없었는지’, ‘TV를 봤네’ 등 특유의 덤덤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이어 ‘깊은 밤 전화번호부’, ‘새해 복’ 등을 부르며 스탠딩 존뿐만 아니라 모든 구역을 피크닉 존까지 스탠딩 석으로 만들었고, ‘달이 차오른다’, ‘우리 지금 만나’, ‘풍문으로 들었소’, ‘내 사람’, ‘그렇고 그런 사이’ 등 수많은 히트곡들을 웨이브를 추며 객석과 소통했다.또한 어떤(?)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던 관객들 앞에서 밴드 소개마저 잊을 정도로 멘트를 아끼던 장기하는 마지막쯤이 되자 “응원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어 관객들을 환호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장기하는 헤드라이너답게 ‘집에 가자’라는 가사가 담긴 ‘사람의 마음’과 ‘별일 없이 산다’를 마지막 곡으로 센스 있게 선택해 '2015 GMF’를 마무리 했다.10번째 생일을 앞둔 GMF는 신인부터 오래된 밴드까지 적절하게 버무리며 관객들에게 다다가고 있으며, 해가 갈수록 다채로운 프로그램 등을 만드는 등 발전하고 있다. 1년 밖에 남지 않은 10주년 GMF가 과연 모든 이들을 충족시키는 대한민국 최대 인디 음악 페스티벌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fnstar@fnnews.com fn스타 이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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