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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당국, 사업통폐합 목표 1년 당겼지만 너무먼 '균형재정'

정부가 씀씀이를 줄이기 위해 계획한 '유사중복사업 600개 감축'을 당초보다 1년 앞당겨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예산당국의 '자화자찬' 에도 불구하고 보다 강도높고 근본적인 재정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 정권 내에선 정치적 약속 때문에 증세 카드를 꺼내기가 쉽지 않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세수 추가 확보, 예산 구조조정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가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40%대를 넘어서고 재정수지 적자가 국가채무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재정 개혁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유사중복사업 689개 줄였지만…

기획재정부는 당초 2017년에 끝내기로했던 유사중복사업 600개 감축을 1년 앞당겨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조기 달성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내놓은 올해 예산안에서 370개, 현재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중인 내년 예산안에서 319개 사업을 각각 감축해 총 689개로 계획대비 14.8% 초과 달성했다. 이를 통해 절감한 예산은 25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정부는 지난해 2월 말 내놓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유사·중복 사업 등 통·폐합 등을 통해 2017년까지 사업수를 600개 이상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저소득층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다. 기존에는 관련 사업이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에 흩어져 있었고 지원내용이나 공사 일정 등이 모두 달라 불편이 많았다. 저소득층이 벽지나 장판 등을 교체하는 지원을 받은 이후 별도로 보일러 수리를 한 뒤 벽지, 장판을 또다시 교체해야 하는 낭비가 발생한 것이 그것이다.

통·폐합 노력을 통해 정부는 내년부터 국토부의 주거급여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절감된 예산은 981억원 정도다.

산업통상자원부(석박사급), 미래창조과학부(퇴직과학기술자), 중소기업청(학사 이하)에 각각 흩어져있던 '중소기업 연구인력 채용지원 사업'도 산업통상자원부로 합쳤다. 지원대상이 일부 중복돼 정책 수요자가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내용 및 요건 등을 정비해 발표한다. 고용노동부는 연구소를 보유한 기업이 이공계 석박사 인력을 채용할 경우 지원대상에서 제외해 중복 지원을 없애는 대신 노무사 등 기타 전문인력에 대해선 계속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외교부와 교육부에 나눠져있던 한국학 관련 연구사업도 교수파견은 외교부, 학술연구 지원은 교육부로 역할을 나눠 기능별로 특화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사중복사업 통폐합을 통해 사업구조 및 전달체계가 단순화돼 (정부의)사업관리운영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집행체계도 일원화돼 국민 입장에서 사업을 쉽게 이해하고 편리하게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갈길먼 재정개혁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재정개혁 방안은 현재 크게 세가지다. ▲600개를 초과 달성한 유사·중복 사업 통폐합 ▲사업수 총량 관리와 보조사업운용평가 등을 통한 재정사업 원점 재검토 ▲보조사업 일몰제와 국고보조금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등 국고보조금 관리 강화가 그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 김광묵 예산분석실장은 지난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16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출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사업 단위 평가제도는 지출구조조정 기능이 제한적"이라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업은 분야 단위로 묶어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을 축소하거나 폐지, 재정절감 방안을 도출하는 '전략적 지출검토'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내년에 40.1%를 기록한 이후 2017년과 2018년에 41%, 41.1%로 각각 상승하다 2019년에 40.5%로 소폭 하락할 전망이다. 정부가 재정운용 목표로 삼고 있는 관리재정수지는 내년에 -2.3%까지 하락했다 -2.0%(2017년), -1.4%(2018년)로 적자폭이 점차 축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대했던 경상성장률을 달성하고 세금이 기대만큼 걷혀야 가능한 일이다.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백웅기 교수는 "(정부는)2016~2019년 계획에서 경상성장률을 4.2%→5.0%→5.3%→5.3%→5.5%로 갈수록 증가한다고 전망했지만 전제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현 정부 마지막해인 2017년에도 관리재정수지(-2.0%)는 적자로 균형재정을 달성하지 못해 재정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만큼 경제활성화를 위한 예산정책과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화를 병행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백 교수는 또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 이하에 있다고 안심할 사안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이같이 나라 재정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다각적인 세입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광묵 실장은 "종합적인 세제개편도 고려할 필요가 있는데, 이때 세목별 효율성과 재분배 효과 등을 감안하되 특정 세목의 증세보다 전체 세목에 대한 조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