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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IT 영웅들, 왜 실패했을까? 너무 앞선 서비스, 결국 후발주자에 발목

해외 공략 시기 놓치고 마케팅 전략 없이 진출 등 실패원인 분석해 안착해야

세계 최초의 MP3,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효시… 이런 서비스들은 왜 지금 정보통신기술(ICT) 소비자들에게 잊혀졌을까?

아이리버, 싸이월드, 팬택, 삼보 등 한 때 ICT의 영웅들인 한동안 시장과 소비자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영웅이었다.

시장보다 두 세발 앞서 비스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낸 영웅이었지만, 시장의 흐름보다 너무 앞섰거나 세계 시장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했던 것이 영웅들이 잊혀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들 영웅들이 다시 시장에 돌아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 ICT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영웅들이 실패원인을 명확히 분석해, 다른 ICT 기업들에게 실패하지 �을 힌트를 제공하는 역할도 해줘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앞선 서비스… 너무 빨랐다

싸이월드의 경우 지금의 페이스북과 같은 PC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시작으로 여겨진다.

2001년 미니홈피 열풍과 함께 다양한 서비스를 시작, '도토리'라는 사이버 머니로 매출로 연결시키는 선순환 체제를 구축했다. 2004년에는 공개적인 글을 미니홈피 외에도 쓸 수 있는 '페이퍼' 서비스를 시작해, 댓글공유와 친구끼리 구독도 가능하도록 하면서 현재 블로그의 전단계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싸이월드의 서비스는 호응을 받는 듯 했으나 해외에서 나오는 SNS 서비스와 블로그 등에 밀리면서 점차 이용자를 잃게 된다. 열풍을 몰고왔던 서비스지만 종주사(社)로서 지위를 지키지 못하고 유사 서비스에게 밀리는 결과를 야기하고 만다. 시대를 내다보는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이를 살리지 못한 채 타사의 서비스 흐름을 어설프게 융합시키려 한 것이 패착이란 분석이다.

'페이퍼' 서비스를 진행하는 도중 네이버 블로그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며 페이퍼 데이터베이스(DB)를 싸이월드 블로그로 옮긴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아이리버는 음원유통이 쉽게 이뤄지던 시기였던 2000년대 초반, 디자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MP3 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이후 불법음원 유통이 차단되고 애플이 내놓은 아이팟의 등장에 강점이던 디자인 마저 점차 의미를 잃어가게 된다.

■역량 분산… 해외공략에 부진

80년대 벤처 초창기를 거치면서 2000년대 초반까지 PC 강자로 군림했던 삼보컴퓨터는 컴퓨터 제조 외에도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에 주목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무선호출 서비스업체 나래앤컴퍼니를 세워 통신사업을 진출했지만 이동전화가 등장해 사업을 접었고 초고속인터넷 사업은 진입 2년만에 부도를 맞게 된다. 두루넷의 경우 계속 적자가 쌓이는 상황이었지만 약 7000억원을 쏟아부으며 사업을 진행했고 이는 삼보컴퓨터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더욱이 PC 시장에서도 중국과 대만 업체들의 급성장에 삼보는 주력마저 내주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싸이월드와 팬택은 대표적인 해외시장 공략 실패 사례로 꼽힌다. 싸이월드는 전세계 첫 SNS 기업으로 발돋움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대기업에 인수된 이후 시스템 한계 속에 적절한 마케팅과 투자 시기를 놓치면서 글로벌 서비스로 도약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다수다.

팬택의 경우 스마트폰 출시로 재도약 발판을 마련하는 듯 했지만 해외에서 브랜드와 마케팅 전략 없이 국내 시장과 비슷한 제품으로 공략해 나가려고 한 것이 패착이란 지적이다.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