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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회계상식, 알면 기업이 보인다] 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 미래 가치도 따져봐야

'좀비기업'의 기준
제약·바이오업 대다수 인류 건강·생명 기여할 상용화 앞둔 기술 많아 무작정 퇴출은 부적절

[알쏭달쏭 회계상식, 알면 기업이 보인다] 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 미래 가치도 따져봐야

'좀비(zombie)기업'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5곳 가운데 한 곳은 금융권에 기대어 겨우겨우 연명하는 좀비기업이며, 우리나라 국가경제의 뇌관이라는 지적이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좀비기업의 분류기준은 이자보상비율로, 이는 회계상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지표다.

이 비율이 1 이상이라면 이자비용보다 영업이익이 많다는 뜻이고, 1 이하라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핏 들으면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인 기업은 매우 위험해 보일 수 있지만 좀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이자보상비율은 대부분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지표로 쓰고 있는 데 금융비용은 이자비용 이외에도 환율과 관련된 손익, 파생상품손익 등을 포함한다.

즉, 이자비용은 크지 않아도 환차손이나 파생상품으로 인한 일시적비용 때문에 이자보상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이자보상비율을 계산하려면 금융비용에서 별도로 이자비용을 따로 떼내 계산해야 한다.

또 기업들은 이자비용도 발생하지만 여유자금을 투자한 예금이자 등 이자수익도 존재한다. 이자비용의 반대개념이 이자수익이므로 이자비용만을 이용해 좀비기업이라고 판단하기 전에 이자수익까지 함께 고려한 순이자비용(이자비용-이자수익)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

여기에 설령 영업이익으로 순이자비용을 다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전부가 금융권에 기대에 연명하고 있는,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퇴출해야 하는 기업은 아니다.

예컨대 CJ E&M은 2014년 영업손실이 124억원이고, 순이자비용(이자비용에서 이자수익을 차감한 금액)은 56억원이다. 이자보상비율로 보면 CJ E&M은 좀비기업의 분류기준에 들어간다.

그러나 CJ E&M이 적자를 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은 무려 2390억원에 달한다.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내고도 엄청난 돈이 남는다. 왜 CJ E&M은 돈을 잘 버는데도 좀비기업으로 분류되는 것일까.

벌어들인 2390억원으로 영화, 공연, 방송, 음악사업을 하기 위한 컨텐츠 구입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컨텐츠 구입에 투자한 금액만 3317억원에 달한다. 이 투자는 컨텐츠 제작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계를 유지하게 해주고 문화생활을 하는 소비자들을 즐겁게 해주며, 해외에서는 한류열풍을 만들어 내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기업을 좀비기업으로 분류해야 할까.

제약, 바이오 기업들은 어떤가. 이제는 우리나라가 2% 경제 성장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기존의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던 산업들이 어려운 시점에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이 필요한데 이는 제약, 바이오 산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많은 제약, 바이오기업들이 대부분 적자이거나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엄청난 연구개발(R&D)투자로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되지 못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업들도 좀비기업으로 분류하여 퇴출하는 것이 옳은가.

일시적으로 업황이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서 현재의 실적을 희생해서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고 있는 기업을 좀비기업으로 분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돈을 쌓아두고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이 더욱 제재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파인트리 대표 공인회계사 최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