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지로 새 생명력이 샘솟는 넓은 평야 한 가운데 1만3000여주의 소나무와 112세대 고급 빌리지를 병풍삼아 조성돼 멀리서 보면 마치 거대한 성처럼 느껴지는 충남 당진 파인스톤CC. 대중제인 이 골프장은 3부제 운영으로 연간 10만5천명이 내장하므로써 국내 18홀 골프장 중 홀당 이용객이 가장 많다. 그만큼 코스에 대한 인기가 높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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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충남)=정대균골프전문기자】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고즈넉한 '성(城)'이다.
그도 그럴 것이 넓은 평야의 한 가운데에 턱하니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처럼 들녁이 가을 걷이를 앞두고 온통 황금색으로 변하면 그런 느낌은 더더욱 생생해진다. 1만3000주의 소나무가 병풍처럼 둘러 싸고 있어 성은 마치 요새와 같다. 따라서 녹색과 황금색이 대비되면서 이루는 조화가 그야말로 환상이다. 그리고 먼길을 마다않고 찾아온 길손을 반기듯 그 위로 가창 오리떼가 군무를 추며 무리를 지어 날아간다. 충남 당진군에 위치한 파인스톤CC(대표이사 최승현)의 가을풍경이다.
이 골프장을 갈때면 서해대교를 건너면서부터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골프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러한 소소한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골프장 평가시 코스 내적 요소 이상으로 골프장에 이르는 길, 풍경 등 코스 외적 요소를 눈여겨 보는 습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파인스톤CC는 가을 주변 풍광만 놓고 보았을 때 아름답기가 국내 골프장 중 대표급이다. 간척지 공사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전체가 바다였다고 한다. 해가 뜨고 지는 나루, 즉 '해나루'였다. 그 중에서도 파인스톤은 폐 염전에 양질의 흙 3백만 톤을 복토한 뒤 조성했다. 불모지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 넣은 것이다.
중지 및 켄터키블루로 페어웨이를 조성하고 15년~20년 된 소나무 1만3000주를 코스 곳곳에 심으면서 황무지는 생명력이 넘쳐나는 '그린존'으로 완전 탈바꿈했다. 잭 니클라우스 디자인사의 수석 디자이너 출신인 톰 펙(미국)이 설계한 18홀 코스의 전장은 총 7338야드로 국제대회 개최지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운영은 대중제다. 파인코스와 스톤코스로 나뉘어지는데 폐염전에 조성된 골프장이라 황량할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쭉쭉 뻗은 미인송과 바위, 계곡과 능선, 완만한 구릉과 평지, 분수와 호수 위의 흑고니, 억새와 갈대가 어우러진 산책로, 수령 200년의 배롱나무, 달마상을 닮은 팽나무, 고목 산수유, 고향의 향수를 자아내는 고목 탱자나무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특별한 만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장만 놓고 본다면 레귤러티 기준으로 국내 골프장 중 평균치 이상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는 호쾌한 샷을 날릴 수 있는 도전적 코스로 보면 된다. 코스는 대체적으로 완만한 평지다. 하지만 평지라는 지나친 안도감과 아름다운 주변 경관에 넋을 잃게 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코스 곳곳에 무려 111개의 벙커를 비롯한 해저드 등 위험요소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조건적 장타보다는 되레 정확한 샷을 구사해야하는 전략적 홀이 있으므로 미리 숙지하는 것이 좋다.
파인스톤은 2010 한국 10대 뉴 코스에 선정된 이후 2012년과 2014년에 한국 10대 퍼블릭 코스에 각각 선정됐다. 그만큼 코스 레이아웃과 주변환경, 그리고 서비스 등 관리 측면서 좋은 평판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한 입소문을 타서일까, 이 골프장의 연간 내장객수는 무려 10만5000명 이상이라고 한다. 아마도 국내 18홀 대중제 골프장 중 가장 많은 홀당 내장객 수일 듯하다. 3부제로 운영되는데 3부 타임은 인근 기업체의 근로자들의 해방구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진행이 밀리거나 코스 관리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페어웨이에 간간이 퍼져있는 이종 잔디는 옥의 티다. 골프장측은 작업 인력을 투입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현재는 손을 쓸 수가 없지만 3부제가 폐지되는 11월 이후 이종 잔디를 제거해 완벽한 코스 컨디션이 유지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매월 차별성 있는 이벤트도 많은 골퍼들이 찾는 이유다. 월요일 '싸포데이(40대 여성 4명 한 팀)'처럼 요일별로 재미있는 이름의 이벤트를 마련해 그린피를 할인해주고 있다. 매월 숫자와 이름에 관련된 이벤트를 진행해 해당 월에 생일인 고객에게는 주중에 한해 그린피 50%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내장객의 참여로 진행되는 참여형 이벤트(추억의 뽑기, 행운의 룰렛 등) 재미도 쏠쏠하다.
여기에 미식가들의 식도락을 자극하는 맛깔스런 식단을 빼놓을 수 없다. 파인스톤은 엄선된 재료로 내장객들에게 골프 이외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직영으로 식음 파트를 운영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음식 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격대가 비싼 것도 아니다. 메뉴의 다양화와 합리적 가격 정책을 표방해 1주일 단위로 스페셜 데일리 메뉴를 1만원선에 내놓고 있다. 3부 타임 직장인 내장객들에게는 더 저렴한 가격대의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식음 파트에서만 연간 2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직원들의 수준 높은 서비스도 고객 유치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설 교육 기관을 통한 직원들의 서비스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파인스톤은 은퇴자들의 천국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112세대 고급 빌리지가 있어서다. 전체가 골프장이 조망되는 빌리지는 그야말로 몸만 들어가면 된다. 왠만한 가전 제품은 말할 것도 없고 주방기구까지 갖춰져 있다. 그래서 실제로 개인 구좌로 분양받아 등기를 마치고 거주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들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은퇴자들이다. 저렴한 이용료로 골프를 칠 수 있는데다 접근성이 좋아 친구 및 친지들을 수시로 초대해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이 입주 배경이다.
실제로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아예 거주지를 옮겼다는 K씨 부부는 "나이들어 제2의 삶을 살고 있다"며 "인근에 바다가 있어 신선한 먹거리가 풍부해 그야말로 힐링의 최적지가 아닐 수 없다"고 자랑을 늘어 놓는다.
요즘 뜨는 광고 카피처럼 '파인스톤 빌리지에 사는 부부들은 참 좋겠다'이다. 돌아오는 길, 잠자리 날개짓이 일으킨 듯한 살랑살랑 바람이 바다 내음을 코 끝으로 실어 나른다. 파인스톤이 긴 울림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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