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회 대한변리사회 회장, 특허권 제도 정비 강조
'특허괴물' 무차별 공세에 방어적 자세로 피해 키워
ID 활성화해 선제 대응 변리사 소송대리권 보장을
"국내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이어지면서 국제특허 분쟁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외 기업의 특허권 공세에 맞서 정부 주도의 선제적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4일 서울 서초동에서 만난 고영회 대한변리사회 회장(사진)은 기업들의 특허권 보장을 위한 정부의 특허권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나선 가운데 해외기업과의 특허권 침해 소송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만큼 사소한 특허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기업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들의 무차별 특허 공세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 장벽이 됐다.
고 회장은 "국내 기업들의 특허출원 건수만 놓고 보면 전 세계 시장에서도 최상위권 수준"이라며 "다만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고 기업 가치를 좌우할 수 있는 특허권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다 정교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ID)를 활용한 정부의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특허괴물을 포함한 해외 기업의 일방적인 특허소송에 방어적으로만 대처할 경우 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ID는 지난 2009년 정부가 특허권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 합작으로 설립한 지식재산권 전문업체다. 핵심 특허 분야 등에 대한 다양한 지식재산권 풀을 마련해 중소·중견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ID 역할 무용론에 대해서도 반론을 펼쳤다. 단기적인 실적에 연연하기보다는 보유기술을 특허권 분쟁에 활용하기 위한 중장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ID는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적자가 40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계 각국이 특허권 보호를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어 ID를 활성화해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공동특허법원을 설립하는 통합특허 제도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고 회장은 "1000가지 특허기술을 모았다 해도 공격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향후 제품과 기술이 결합된 산업에서 고부가가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특허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3차원(3D) 프린터, 제약·바이오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부문의 급성장세에 주목했다.
다양하고 복잡한 핵심기술과 관련된 분쟁을 막기 위해 전문지식을 보유한 변리사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법에 보장된 특허소송대리권을 보장함으로써 변리사의 특허 관련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 회장은 "상표법, 디자인법 등과 같은 특허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변리사보다 특허소송을 더 잘할 수 있는 전문가는 없다"며 "변리사에게 특허소송대리권을 보장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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