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에서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결국 얼마 안 지나 발표되더라구요."
지난 달 29일 삼성과 롯데 간 '빅딜'로 삼성 그룹에 남아있던 화학계열사가 모두 롯데로 매각된다는 발표 직후 관계자가 꺼낸 말이다. 그는 2년전 삼성-한화 간 '1차 빅딜'에서 한화로 간판을 바꿔 단 회사의 일원이다. 당시에도 수개월전부터 '어느 그룹에 팔린다더라'는 소문이 내부에서 떠돌았다며 이번 롯데로의 매각도 직원들이 이미 알고 있던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빅딜의 후폭풍은 확실히 지난 방산·화학 4개 계열사 이동 때보단 덜해보였다.
"합병이 진행되는 수개월 동안 어쩔 수 없는 상실감과 패배감을 느껴야할텐데… 안 됐죠."
이 역시 지난 1차 빅딜에서 한화로 둥지를 옮긴 또다른 관계자에게서 나온 말이다. 하루 아침에 삼성맨에서 한화맨이 된 직원들은 고용 보장과 동일한 처우 등을 주장하며 사측과 줄다리기를 했다. 이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 '카더라식' 질문으로 당사자에게 돌아올 때는 특히 자괴감이 들었다고. '제일 크게 바뀐 건 프로야구 순위'라는 우스갯소리도 웃어 넘길 수가 없었다는 그는 삼성SDI와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이 롯데로 편입되면서 겪게 될 협상 과정을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삼성정밀화학 노사가 공동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그룹의 결정을 이해하고 롯데의 인수를 지지하겠다고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노조의 반대 투쟁으로 지리한 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이는 합병 과정에서 임금 문제로 갈등을 겪은 한화종합화학과 대비된다. 한화종합화학은 사측이 공장을 폐쇄하는 극단적 사태까지 맞았다가 지난 4일 극적으로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했다. 업계에서도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할 정도로 노조의 요구가 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정밀화학의 대응은 대승적 협력자세로 더욱 주목 받았다. 이는 롯데와의 빠른 화학적 결합에도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노사가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일류화학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다짐이 더욱 단단하게 전해졌다. 이번 빅딜로 롯데맨이 될 삼성맨은 삼성SDI 1200여명, 삼성정밀화학 800여명, 삼성BP화학 200여명 등 2000명이 훨씬 넘는다. 하나가 되기 전 상처부터 남긴 전철을 밟지 않고 더 큰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선택은 이들의 상실감을 줄일 수 있는 순조로운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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