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행렬 매장 문 열리자 '득템'위해 몸싸움
작년 알렉산더왕 협업 제품 매장 판매가 4배로 되팔아
고가품 선점위해 알바 고용 일부제품 3시간 만에 완판
스웨덴 제조.유통 일괄화 의류(SPA)브랜드 H&M이 디자이너 브랜드 발망과 협업한 한정 제품 출시를 앞두고 지난 4일 서울 명동점 매장 앞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기 위해 노숙을 하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걸 사려고 100시간 넘게 기다린 게 아닌데…."
스웨덴 제조·유통 일괄화의류(SPA) 브랜드인 H&M이 5일 디자이너 브랜드 발망과 협업해 만든 제품에 대한 판매에 들어갔다.
H&M이 매년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진행하는 한정제품 출시행사는 매년 인기를 거듭해왔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일주일여간 대기하는 이들까지 생겼다. H&M 서울 명동점과 압구정점에는 지난달 30일부터 기다린 대기자들이 약 750명, 부산 센텀시티점에도 150여명에 달했다.
이날 압구정점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한정상품이다 보니 온라인에 되팔 경우 매장 판매가보다 비싸게 판매할 수 있다"며 "지난해 H&M이 알렉산더왕과 협업했던 제품은 원래 판매가보다 4배 뛴 가격에 판매됐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자들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구매하기보다 대기 아르바이트생을 비롯해 다시 판매하려는 목적이 많다"며 "출시일까지 노숙하며 기다리는 노동의 대가로 생각해 결코 나쁜 행위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에 출시된 제품 가격은 블라우스 11만9000∼13만원, 재킷 13만∼54만9000원 등인데 디자이너 브랜드 발망과 협업한 제품인 점을 고려하면 4∼5배의 가격도 지불할 소비자들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H&M 명동점 매장 인근 명동거리에는 쇼핑을 마친 리셀러들이 삼삼오오 모여 구매한 제품을 확인하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20대 남성은 "처음엔 서로 모르던 사이도 며칠 동안 함께 노숙하면서 친해진 경우도 있다. 혼자 구매할 때보다 서로 눈치껏 도와서 몇 가지 건질 수 있었다"며 길거리에 놓인 쇼핑백 15개를 가리켰다.
지난달 30일부터 H&M 압구정점 매장과 명동점 매장 앞에서 노숙을 불사하며 H&M과 발망의 협업제품 출시를 기다렸던 일부 대기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쇼핑은 30명씩 그룹을 이뤄 오전 8시부터 그룹별로 10분간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남성복과 여성복을 함께 출시한 H&M 명동점의 경우 남성복 가운데 긴팔 티셔츠와 후드티를 제외한 모든 제품이 오전 11시께 품절됐다. 여성복의 경우 일부 제품은 오후에도 계속 판매가 됐지만 수량이 매우 적거나 가장 작은 사이즈만 남아 구매가 쉽지 않았다. 여성복만 판매한 서울 잠실과 부산 H&M도 오전 11시께 대부분 제품이 완판됐다.
구매자들은 매장 내부 상황을 '난리통'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H&M 명동점 앞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제한인원이 한정된 시간 동안 제품을 구매하도록 했지만 통제가 안됐다"며 "매장에 들어간 구매자들끼리 몸싸움은 물론이고 물건을 쓸어담느라 밀치기도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명동점에서 쇼핑을 마친 또 다른 20대 남성도 "막상 사려고 들어가보니 수량이 적어 계획했던 만큼 사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H&M 측은 "고객의 편리한 쇼핑 경험과 더 많은 쇼핑 기회를 제공하고자 팔찌를 이용한 쇼핑시스템을 운영하게 됐다"며 "고객의 편의와 공정한 쇼핑 기회를 주고자 마련된 시스템이나 결코 팔찌 착용이 제품구매를 보장할 수는 없다고 앞서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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