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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균 농협 농업박물관장 "흙묻은 농기구, 농경사회 우리 민족의 뿌리"

농업가치 알리기 10년 한우물
책보다 체험 통해 중요성 알려.. 연간 관람객 10년새 2배로 늘어

김재균 농협 농업박물관장 "흙묻은 농기구, 농경사회 우리 민족의 뿌리"


"농업박물관에는 여느 박물관처럼 왕이나 귀족들이 사용하던 번쩍이는 금붙이는 없습니다. 대신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성장한 '우리 민족의 뿌리'를 발견할 수 있죠. 또 단순한 전시만이 아닌 다양한 교육활동을 통해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사명으로 여기고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 10년째 농협 농업박물관을 맡아온 김재균 관장(54·사진)은 농업박물관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서울 새문안로에 위치한 농업박물관은 지난 1987년 개관한 국내 최초의 농업계 박물관으로, 2005년 4월 지금의 모습을 갖춘 이래 줄곧 김 관장이 맡아서 책임지고 있다.

경북대에서 고고인류학을 전공한 그는 1988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홍보업무를 맡아오던 그는 2005년 박물관 리모델링과 함께 사내 박물관장 모집 소식을 듣고 주저없이 지원했다. 전공을 살리는 동시에 농협에 두루 보탬이 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바라던 대로 새 박물관의 초대 관장이 됐다.

김 관장은 농업박물관을 살아 숨쉬는 박물관으로 만들고 싶었다. 자신부터 전문성을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 2009년 경북대 고고인류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데 이어 지난해 2월에는 한양대 대학원에서 '농업가치 확산을 위한 박물관교육 연구'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도 그래서였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전국의 농업계박물관은 자신이 관장으로 있는 농업박물관을 포함해 등록 박물관이 27개, 미등록 박물관이 30개, 농업기술원 및 농업기술센터 전시시설 57개로 모두 114개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 시설이 열악한 데다 전문인력이 부족해 교육이나 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을 찾기 힘들다.

'책을 통해서 농업가치를 전달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농경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박물관대학'과 '농촌문화체험교실' '어린이 농업박사' 등이 그의 대표적인 '소출'이다.

덕분에 현재 농업박물관은 학부모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농업박물관 관람객 수는 그의 취임 이후 2배로 늘어났다. 농업박물관은 10년 전인 지난 2004년 말까지만 해도 연간 관람객 수가 15만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 말 기준 연간 관람객은 30만명에 달한다. 외국인 관람객도 적지 않다. 지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것도 이런 공로 덕분이다.

농업박물관은 현재 농기구 및 농업생활용품 4031점, 농기 9점, 화폐 65점, 서화 28점, 고서 90점, 복제 및 모조품 685점으로 총 4908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된 농기 4점을 포함해 유물 4040점은 농민들의 기증으로 이뤄졌다. 말하자면 농업박물관은 농민들과 함께 만든 박물관인 셈이다.

김 관장은 "궁이나 왕실에서 썼던 번쩍이는 유물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 가치로 따진다면 농경문화를 토대로 출발한 우리 민족에겐 실생활에서 사용하던 지게 작대기, 똥장군과 같은 농기구 역시 무척 중요한 유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유물을 기증받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2007년 농기구를 조사하는 학자에게 100년이 넘은 쟁기가 경기도 포천에 있다는 말을 듣고 달려갔더니, 80대의 어르신께서 쟁기를 보관하고 계셨는데 선친이 직접 만든 거라 기증이 어렵다고 했다. 어르신의 자녀들까지 만나 6년 동안 설득해 기증을 받아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요즘 그는 새로운 특별전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오는 12월로 계획하고 있는 이번 특별전시는 '전래동화 속에 등장하는 농기구'를 주제로 잡았다. 김 관장은 "예전엔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고 했지만, 요즘 아이들은 기역 자는 알아도 낫은 모른다"며 "이번 기획전시는 우리 다음 세대가 우리 농업의 가치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