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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프리미어 12' 우승이 남긴 과제

한국 고교야구 시스템 정비하고.. 전임감독제 도입 제도적 마련을

이대호의 한일전 승패를 가르는 역전타. 미국을 상대로 폭발한 박병호의 결승전 대포. 흔들리는 선발진을 분업으로 버텨낸 불펜진. 그리고 '국민감독' 김인식 감독의 변함없는 신뢰야구. 한국 야구가 또 한 번 세계 정상에 올랐다. 역대 최약체라던 한국 야구는 21일 끝난 프리미어 12 결승전서 미국에 8-0 완승을 거두고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한국은 100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최고의 공격수' 김현수는 최우수선수(MVP)에 등극됐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우승에 욕심낸 일본은 준결승서 한국에 뼈아픈 9회 대역전극을 허용했다.

이겼다. 그래서 기쁘다. 그런데 한국 야구는 정말 강한 것일까? 이대로 두어도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야구는 다시 좋은 성적을 예약할 수 있을까?

축제는 끝났다. 차분하게 다음을 준비할 차례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걱정이 앞선다. 일본은 더 강해질 것이다. 미국은 WBC에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내세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는 모두 마이너리그다.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진 않다. 하지만 축제를 계속하기 위해선 다음을 기약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프리미어 12를 통해 드러난 몇 가지 문제점을 살펴본다.

일본 대표팀이 준결승서 8회에도 오타니를 내세웠으면 한국의 역전드라마는 취소될 뻔했다. 오타니의 투구 수는 고작 85개였다. 일본 벤치에서 그를 내린 것에 감사해서는 다음 승부에 이길 수 없다. 한국 야구에도 오타니 같은 괴물 투수가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고교야구의 시스템을 정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야구에 괴물 투수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혹사에서 찾고 있다. 혹사는 사실이나 혹사만을 이유로 드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다. 지금의 고교야구 투수들은 과거 최동원이나 선동열 시절에 비하면 오히려 덜 혹사당한다. 투구 수 제한이 있고 학부모의 감시도 철저하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최근 청룡기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서 우승을 차지한 박영진 상원고 감독은 "12월과 1월의 훈련이 문제다. 과거엔 투수들이 이 두 달간 전혀 공을 만지지 않았다. 그래야 어깨가 싱싱하게 보전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영진 감독은 프로야구 삼성의 원년 투수 출신이다.

또 하나는 지나치게 많은 연습게임이다. 고교야구 감독들은 너나없이 연습게임하기를 좋아한다.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을 탓할 순 없다. 그러나 연습게임은 투수의 혹사로 이어진다. 동계시즌의 휴식과 과도한 연습게임의 규제만으로도 투수의 어깨를 보호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 위해 대한야구협회가 나서야 한다.

이번 대회를 시작하기 전 야구계 분위기는 '김인식 감독 희생양'설이 우세했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 대회에 김인식 감독이 출전해서 독배를 마신다는 시나리오였다. 그만큼 준비가 허술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선수들이 빠져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승으로 모든 것이 덮어졌지만 매번 되풀이되는 문제다.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준비의 첫 걸음은 전임 감독이다. 권한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야구를 이끄는 KBO는 구단 사장들의 입김이 절대적이다. 그들의 마음은 대표 팀에 있지 않다.
그들에겐 팀 성적이 전부다. 월급쟁이 사장들에게 한국 야구를 걱정해달라는 부탁은 무리다. 대표팀 일은 전임 감독에게 맡기자. 2017 WBC,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texan50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