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리스크 매니지먼트(RM) 분야는 성장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외형성장과 위험관리의 균형을 통해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삼정KPMG 이희정 리스크컨설팅담당 상무(사진)는 대표적인 위험관리 분야 전문가다. 지난 2006년 회계업계에 발을 들인 이후 줄곧 이 분야에서만 노하우를 쌓아왔다.
이 상무는 "국내 기업들이 리스크 관리 업무를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의 단순한 접근이었으나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좋을 지를 생각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4-5년 전만 해도 '위험관리를 왜 해야 하느냐'는 입장이었는 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로 바뀌었다"면서 "커다란 인식의 변화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아직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위험관리에 힘을 쏟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를 가장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이 기업의 RM조직 보유 여부다. 기업 10곳 가운데 RM조직을 별도로 두고 있는 곳은 1∼2곳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의 위험관리에 대한 인식은 글로벌 선도기업과는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위험관리를 성장위주 사업에 대한 제동장치로 보는 반면, 우리나라는 효율화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상무는 그러나 "이 때문에 국내 RM분야가 향후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RM기법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위험관리기법이 고도화돼 있는 금융산업과 위험관리 필요성이 큰 비금융산업 간에 융합이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기술변화가 리스크 관리의 주제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비금융산업에 있어서 유동성 위험과 원자재가격 변동성 등 시장위험 즉, 재무 리스크가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현재는 전략과 평판 리스크가 가장 큰 화두다.
이 상무는 "과거에는 재무리스크를 봤다면 지금은 기술변화가 업에 대한 위험요소가 되기 때문에 '전략이 적절한가'가 위험관리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향후 경영진들이 고민해야 하는 어젠다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전략 및 평판 리스크 관리를 위해 리스크 컨설턴트만 참여하는 방식에서 회사의 연구 부서도 참여하고 시나리오 작가가 들어가기도 한다. 여러 사람들의 창의적인 의견을 통해 전략을 구상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위험의 사전적 예방에도 힘쓰고 있다.
이 상무는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규제가 아닌 자발적이고 법제화된 최소한의 리스크 관리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산업의 종사자들끼리 서로의 이슈를 공유하고, 소통창구를 늘리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정KPMG는 위험관리 문화와 모임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 상무는 "RM 분야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금융산업의 리스크관리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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