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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시부모님 앞에서 잘하고 싶었는데..

박인비, 시부모님 앞에서 잘하고 싶었는데..
29일 부산 기장군 베이사이드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파와 KLPGA투어파의 팀 대항전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 2015에 출전한 며느리를 응원하기 위해 결혼 이후 처음으로 대회장을 찾은 박인비의 시부모가 아들 남기협씨(오른쪽)의 안내로 코스를 따라 돌아 눈길을 끌었다.

기장(부산)=정대균골프전문기자】시부모님 앞에서 좋은 경기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었을까.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골프 갈라쇼'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 2015(총상금 10억원·우승팀 상금 6억5000만원) 마지막날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상금 순위 2위인 박인비는 29일 부산 기장군 베이사이드 골프클럽(파72·6232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파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파간의 매치 플레이대회 마지막날 싱글매치플레이에서 KLPGA투어 시즌 상금 순위 2위 박성현(22·넵스)을 맞아 3홀을 남기고 5홀 차이로 패했다.

며느리를 응원하기 위해 대회장에 모습을 나타낸 시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당한 패배라 아쉬움은 컸다. 3년전 같은 코스에서 열렸던 한일대항전 때도 응원차 대회장을 찾았지만 그 때는 예비 신부와 예비 시부모 관계였다. 따라서 며느리와 시부모 관계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인비는 작년에 스윙코치였던 경북 경주 출신 남기협씨와 화촉을 밝혔다. 그러면서 시부모의 며느리 사랑은 끝이 없을 정도다. 특히 시어머니는 "우리 이쁜 아가가…"라며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며느리를 칭찬한다. 이에 대해 박인비의 어머니 김성자씨(52)는 "좋은 신랑과 시부모를 만난 것도 (박)인비의 복이죠"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부모를 바라보는 박인비의 표정은 결코 밝지 않다. 다름 아닌 시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남편 남기협은 "아버지가 건강하셨을 때는 둘째 가라고 하면 서러워할정도의 골프 마니아였는데 현재는 건강이 여의치 않아 그렇지 못하다"며 "(박)인비는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늘 안타까워 한다"고 말했다. 박인비의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는 또 있다. 영원한 후원자이자 정신적 지주인 할아버지가 최근 위암 수술을 받고 현재 항암 치료 중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손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회장을 찾아 손녀를 응원했다.

박인비는 대회 기간 내내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2개월여만에 급조된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홍보대사로서 전체 출선 선수들의 리더 역할을 한데다 LPGA투어팀의 주장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건강이 여의치 않은 시아버지와 친할아버지를 위한 며느리와 손녀의 역할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팀 승리를 위해 선수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진표를 짜야 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따라서 마지막날 패배는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를 마치고 나면 3주간 국내서 체류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집이 있는 라스베가스에서 동계 훈련을 할 계획이다. 당초 대회가 끝나면 곧장 미국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할아버지와 시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아 두 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출국 일정을 늦췄다. 남편 남기협씨는 "올해는 퍼팅감이 왔다갔다 한 것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다행인 것은 시즌 막판에 퍼팅감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것이다. 동계 기간에 퍼팅과 쇼트 게임 위주로 훈련할 계획이다"고 향후 일정을 밝혔다. 체력적 부분에 대해 그는 "아직은 체력적 부담은 전혀 없다"며 "어차피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 싸움이 될 것이다. 내년에는 대회수가 올해보다 다소 늘어나므로 일정 관리에 만전을 기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른바 '박인비 천하'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세 계획을 당분간 미루고 투어에 전념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어머니 김성자씨는 "요즘 젊은이들에 비하면 딸 부부는 결혼이 빠른 편이었다"며 "아마도 2세 계획은 3~4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머니 김씨는 이어 "아이가 생기면 아마도 인비는 투어 활동을 잠정 중단할 것이다.
인비 성격상 아이를 누구에게 맡기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2세를 낳고 나서 은퇴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박인비는 출산 이후에도 선수 생활을 계속할 뜻을 누누이 밝혀왔다.

golf@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