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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리뷰] ‘파일: 4022일의 사육’, 有에서 無가 되는 시간

[fn★리뷰] ‘파일: 4022일의 사육’, 有에서 無가 되는 시간
4022일의 시간들이 하나의 파일에 싸늘하게 담겼다.영화 ‘파일: 4022일의 사육’(감독 박용집)은 사회부 기자 수경이 11년 전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친구 미수와 가까스로 재회한 후, 너무나 완벽한 그녀의 연인 한동민 박사가 벌인 극악무도한 사건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 영화다.똑똑하고 자신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 수경(강별 분)은 학창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 미수(하연주 분)가 11년 전에 실종됐던 사건을 겪었다. 어느 날 수경은 우연히 미수와 재회하게 되고 미수 옆에는 연인인 한동민(이종혁 분) 박사가 있었다. 뛰어난 학벌과 외모, 그리고 자상하기까지 한 전도유망한 유전공학 연구원 한동민은 너무나도 완벽해 보여 그의 실체에 대해 의심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다.한동민이 연구하고 있는 것은 ‘환경 개진에 의한 후천적 형질 개선’으로, 유전자 변형이 아닌 환경 조작만으로 생물이 원래 가지고 있던 형질을 다른 형질로 바꿀 수 있는지, 즉 진화 가능한지 여부다. 게다가 실험체(시료)는 식물이나 동물이 아닌 인간. 특히 자신의 의지가 강한 아이를 통해 환경의 영향으로 자아를 없애는 것이 가능한지 실험을 하고 있었다.도덕적 관념이 없는 그는 잘못된 발상으로 새로운 인격체를 만들어내는 생체실험에 몰두하고, 실험쥐 역할로 미수를 선택했던 것이다. 이렇게 납치된 미수는 4022일, 자그마치 11년 동안 사육되면서 동민에게 순종하며 적응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11년 전 누구보다 발랄하고 자아가 강했던 미수는 180도 달라져 자신의 의지가 아닌 동민의 생각대로 움직인다. 게다가 미수는 피해자이지만 범인에게 동조하게 되는 스톡홀름 증후군을 겪으며, 동민이 언제든 자신의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영화의 처음 시작부터 동민의 엽기적인 행각으로 소름끼치는 상황이 연출되고, 마지막 장면까지 거듭되는 반전과 동민의 사이코패스적인 집중력과 엽기성은 관객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 넣는다.이렇게 다소 과감한 스토리를 가진 이번 영화에는 평소 밝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배우들이 기존의 이미지와 정반대되는 캐릭터를 맡아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먼저 유쾌하고 훈훈한 준수 아버지 이미지가 강했던 이종혁은 비열한 입매를 가진 소시오패스를 연기해 강렬한 연기 변신을 꾀했다. 통통 튀고 철부지 같은 이미지의 하연주는 신비롭고 베일에 쌓인 인물을 연기했고, 김형범은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 중 가장 일반적인 역할을 소화해 내며 연기자로서 입지를 다졌다.특히 미수라는 캐릭터는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캐릭터로, 매 신마다 독특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미수가 갇혀 있는 곳은 폐 빗물펌프장과 유리방이다.
처음에 미수는 어둡고 퀴퀴하고 음습한 폐 빗물펌프장에 갇혔으나, 동민에게 적응한 이후에는 동민의 집 지하에 위치한 은밀한 공간으로 옮겨진다. 전면이 투명한 유리방은 언제 어디서든 동민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두려움을 배가시키는 공간이기도 하다.실험이 끝난 뒤 실험쥐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더불어 자신을 당차고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수경은 미수를 구하고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한편 ‘파일: 4022일의 사육’은 오는 10일 개봉할 예정이다./fnstar@fnnews.com fn스타 이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