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4개월째 진행중.. 조선업계 최악 실적에 중국産 저가 공급까지 업계간 입장차 워낙 커
4.4분기 후판가격 협상이 12월이 넘어가도록 계속되면서 조선업계와 철강업계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산 후판 수입 증가와 조선업계에 불어 닥친 위기로 협상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를 제외한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후판제조업체들은 4개월 전부터 조선업체들과 4.4분기 가격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지난 9월 말 협상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조선업계가 사상 최악의 실적 악화에 시달리면서 가격이 싼 중국산 후판 제품 선호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국내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철강업계와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국산 후판 수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국내 시장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후판은 모두 약 12만t으로 전체 수입산 후판(17만t)의 7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0∼60% 선을 유지하던 중국산 후판 비중은 올해 들어 지난 6월(54t)을 제외하고 60%이상을 꾸준히 기록했다.
여기에 중국산 후판의 품질도 점차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후판 선택을 조선사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선주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마냥 싸다고 해서 가져다 쓸 수는 없다. 중국산 후판의 품질이 좋아졌기 때문에 수입량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도 협상 난항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 등에 따르면 국제철광석 가격이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난 24일 원자재 가격 벤치마크로 사용되는 철광석의 중국 텐진항 도착 가격이 t당 43달러로 지난 7월(44달러)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2011년 2월 기록한 t당 190달러보다 77% 인하된 수치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많이 낮아져서 후판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에 명분이 실리는 편이기는 하다"면서도 "후판 가격이 이미 내릴 만큼 내린 정도로 더 이상의 인하는 불가능한 철강업체들의 입장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협상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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